Bloemfontein에서 밍기적 밍기적

2010. 6. 30. 22:45월드컵 여행 - 2010 남아공/7. 블룸폰테인

[6월 29일]
블룸폰테인에서 밍기적거리면서 시간 죽이고 있습니다.
어제 여기까지 오면서 하도 고생을 했더만, 오늘은 만사가 귀찮네요. ^^

일이 꼬일려니까 아주 요상하게 돌아가더군요.
일단,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블룸폰테인 가는 버스가 모두 오후 늦게 출발합니다.
그 버스를 탈 경우 블룸폰테인에는 새벽 3시쯤에 떨어지게 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거져.
제가 묵었던 포트 엘리자베스의 백패커(Hippo Backpackers)에서 방법을 찾아주더군요.
새벽에 일찍 미니버스를 타고 킹 윌리엄스 타운으로 가라. 거기에 가면 블룸폰테인 가는 미니버스가 자주 있으니 그걸 이용하면 일찍 도착할 수 있다.

숙소에서 알려준 말은 모두 맞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연땅으로 꼬여 버리니까 정말 대책이 없더군요.
일단, 킹 윌리엄스 타운에 저를 내려주기로 한 기사가 저를 이스트 런던에 내려주었습니다. 제가 여러번 킹 윌리엄스 타운에서 블룸폰테인 가는 미니버스로 갈아타야 한다고 말했것만... 자기가 버스 타는 곳에 내려줄테니 걱정 말라고 해 놓고서는 이스트 런던에서 퀸스타운 가는 미니버스를 안내해 주네요.
자기 생각에는 퀸스타운이 더 좋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킹 윌리암스 타운" 어쩌구 하는걸 잘못 알아들어서 "퀸스타운" 가는걸로 생각했는지... (아프리카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좋은데 자기가 아는 범위에서 열심히 설명해 주면서 그게 맞다고 한다는 거... T.T)

미니버스 정류장에서 여기저기 운전기사를 찾아 다니면서 블룸폰테인 가는 방법을 찾아 봤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각각 여러가지 의견들을 내 놓으면서 자기들도 나름 진지하게 방법을 의논하더니...

결론! "다시 킹 윌리엄스 타운으로 가십쇼. 거기 가서 미니버스 타는게 젤 빠릅니다!"
"여기서 블룸폰테인 가려면 4시간쯤 기다려야 해요. 킹 윌리엄스 타운에서는 바로 떠나는 버스들이 많아요."

그리하야... 다시 킹 윌리엄스 타운으로 왔는데...
이놈의 미니버스(현지 사람들은 미니버스 택시라고 합니다.)가 떠나질 않네요.
사람이 꽉 찰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겁니다.
킹 윌리엄스 타운에서는 블룸폰테인이나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방법이 미니버스 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금방금방 차고 버스도 바로바로 떠난다고 했건만... 같이 버스를 기다리던 아가씨 말로는 월요일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일요일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났다는 겁니다.

또 그리하야...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버스가 출발을 했고 블룸폰테인에는 10시가 넘어서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이리저리 시달렸더만 몸살이 날 지경이네요.
이곳 라이프 스타일에 많이 적응된거 같으면서도... 하염없이 기다림에 관대해야 한다는 것은 왜 이렇게 적응이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지의 보통 사람들은 요런 미니버스를 타고 10시간 20시간도 간답니다.

 

블룸폰테인에서는 잉글랜드:독일 경기를 끝으로 월드컵 마감했습니다.
오늘 경기장 쪽에 나가 봤더니 월드컵 때문에 설치했던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있더군요.
자원 봉사자들도 거의 보이지 않고, 그나마 몇몇 보이는 사람들도 경기장 주변 뿐입니다.
한 때는 수 많은 축구팬으로 붐볐을 경기장 주변이 마치 가건물 해체하는 것처럼 너저분 했습니다.
 

"사진 찍어요!"라고 하면 언제나 신나고 반갑게 손 흔들어주는 정감이 넘치는 사람들! 좋아좋아...



그냥 시간 때우면서 미적미적 뒹굴뒹굴 하는 것도 괜찮네요.^^
이럴걸 뭐하러 그 고생하면서 여기까지 왔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월드컵 파장한 도시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상당히 안전한 곳인 듯합니다. 도시 작고, 평화롭고, 비교적 깨끗한 인상이구요.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사진찍고 쉬고 그럽니다.

숙소 근처의 쇼핑몰에서 점심식자 중. 메뉴는 캘리포니아 롤 ^.^



제가 묵고 있는 숙소는 게스트 하우스인데, 여전히 월드컵 요금을 받는 것인지 가격이 좀 쎄네요.
(백패커스의 2배 정도?)
잉글랜드 팬들과 독일 팬들로 북적거렸을 이곳 게스트 하우스도 텅 비어 있습니다.
다른 손님들이 없어서 재미는 없지만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편안하고 좋네요.
(근데, 이러면 사실 방값 다시 내려야 하는거 아닌가?)

요런 판타스틱하 정원을 보며 아침도 먹고, 커피도 한 잔 하고, 담배도 한 대 피고!


원래는 블룸폰테인 거쳐서 레소토로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만 여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우선 블룸폰테인까지 오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레소토로 가는 교통편이 미니버스뿐이네요.
그나마 미니버스들도 요즘은 사람이 없어서 언제 출발하는지조차 불투명하답니다.
(아... 여기 오면서 미니버스로 고생만 안했어도 멋모르고 덤비겠는데... 아고고... 엄두가 안나요!)

혹시나해서 투어 오퍼레이터를 알아봤는데, 레소토 투어는 당분간 없답니다.
지금이 비수기인데다가 이곳 블룸폰테인에서는 더 이상 월드컵 경기가 없기 때문에 시즌 마감했답니다.

제가 처음부터 생각을 잘못 했습니다.
레소토로 갈 계획이었으면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16강전 끝난 후에 더반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괜찮은 레소토 투어는 모두 더반에서 출발하더군요. 그리고, 더반에서 시작해서 들어가는 루트가 레소토 투어의 백미라고 하네요...
더반에서 좀 더 알아봤어야 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그런데, 레소토로 가지 못한 뜻하지 않은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제가 미리 구입해둔 티켓이 너무 많아서 고민중인거 아시는지... T.T
혹시나 여유분을 취소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티켓 오피스에 갔습니다.
이미 프린트한 티켓은 환불이 안된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왜 환불이 안되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그거 알고 샀으니 할 말은 없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지금 8강 4강 결승 티켓 찾는 사람들 많거든요.
심지어 티켓 오피스의 직원들 스스로도 전화가 많이 오는데 티켓이 없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이곳 사람들 참으로 여유만만입니다. 티켓 오피스에서 환불 안된다면서... "그거 나한테 주면 안되니?" 라고 능청스럽게 말하는가 하면, 티켓 다른 사람에게 재판매 안된다고 공식적으로 말하면서도 "다른사람한테 직접 팔아요. 전부 티켓 찾고 난리던데... 환불하면 수수료 떼지만 직접팔면 남길수도 있어요!"... 하여간 어떤 때 보면 정말 순진하고 낙천적입니다.)

티켓 환불 관련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한 청년이 등장!

자기에게 티켓을 팔 수 없냐고 하더군요.
이런저런 가격 흥정을 한 후, 8강 티켓 가격을 좀 깎아주겠다고 하니까 낼름 하나 사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기는 4강 결승도 보고 싶은데 지금 돈이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네요.
뭐... 레소토 가는 것도 여의치 않은 판에 티켓이나 팔아 보자는 생각에 그냥 눌러 앉기로 했습니다.

이 친구... 저녁에 제 숙소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돈을 좀 더 준비해 와서는 8강 티켓 돌려주고 결승전 티켓 사갔습니다. ^^ 여기서 하루 더 묵는다고 했더니, 
돈 좀 더 구해지면 내일 8강이랑 4강 티켓도 사겠다고 하고 갔습니다.

어쨌든, 여기서 하루 더 개긴 후에 7월 1일에 요하네스버그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거기서 남은 티켓들 좀 처분하고, 혹시 티켓 임자들이 많으면 아예 남은 티켓을 모두 처분하고 귀국을 앞당길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식당에서 점심 먹는데 아들놈이 쓸쓸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오니까 갑자기 가족들이 엄청 그리워 지네요.
가나:우루과이 승자와 네덜란드:브라질이 맞붙는 준결승전,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이 너무너무 땡기면서도 한국이 떨어지고 나니까 저도 흥이 덜 나는건 어쩔수가 없네요.

요하네스버그에서 8강전보면서 좀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