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건달농부, 다섯번째 봄

2016. 4. 18. 23:32사는게 뭐길래/건달농부 건달농법

무모하게 시골에 집을 지은지 벌써 5년째 됩니다. 이 짓을 왜 했을까 후회 막급일 때도 있지만, 비록 주말에만 짬짬이 움직이는 시골생활임에도 몇 년을 계속하다보니 익숙한 일상이 되었네요. 머랄까... 설레임과 감동, 신선한 재미는 떨어졌지만 이제는 그냥 떼어내기 힘든 삶의 일부가 된거 같습니다.


다섯번째 봄이라고 해서 특별한 변화가 있는건 아닙니다. 시골집을 짓고 첫 해부터 3년정도는 정말 변화가 많았습니다. 여러가지 작물도 심어보고, 농사를 배워가면서 농사짓는 방법도 바꿔보고, 뭔가를 사고 설치하고 고칠 일은 왜 그렇게 많은지...

겨울이면 수도랑 보일러가 말썽을 부리고, 큰 비라도 오면 흙이 쓸려 내리질 않나, 고라니가 밭을 망쳐 버리지를 않나, 눈 길에 차가 미끄러져 개고생, 진흙밭에 차가 빠져서 개고생, 전기가 고장나서 암것도 못하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처음 닥쳐보는 일들도 참 많았습니다.


3년차까지는 농사일도 조금씩 늘여갔습니다. 처음에는 쌈채소랑 약간의 옥수수를 조금 키우다가, 그 다음에는 옥수수를 늘이고 묘목도 좀 심고, 그 다음에는 감자 고구마 땅콩을 심어보고, 또 그 다음에는 참외 수박 딸기 같은 과일에 가을 김장 채소를 심어보고... 작물도 늘어나고 그만큼 신경쓸 농사일도 늘어났습니다.


작년부터는 오히려 농사 일을 줄이고 있습니다. 농사 면적과 농사짓는 양을 줄이는 대신 시골에서 즐기는 것들이 좀 더 많아 졌습니다. 나물을 뜯어 먹고,  오디 산딸기 돌배처럼 농네에 널린 것들을 거두어 먹고, 딸기 참외 수박 같은 과일을 여름까지 먹게 되고, 묘목을 3~4년을 키웠더니 블루베리나 앵두에서 열매도 열리기 시작합니다. 작년 가을부터는 표고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봄이 오면 마음부터 바쁘게 움직였을텐데, 지금은 조금 더 여유있게 봄을 시작합니다.

묘목들에게 거름을 주고, 농사지을 밭을 다시 정비하고, 그러면서 슬쩍 농사 면적을 줄이고....  가을에 묘목 몇 그루 더 심으면서 면적 더 줄이고... ㅎㅎ


본격적으로 봄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하네요. 아직은 봄을 즐기기만 하는 중입니다.




봄에 제일 먼저 고개 내미는 놈이 명이나물입니다. 2년전에 처음 심었는데 별로 손 타는거 없이 잘 자라기에 작년에 좀 더 심었습니다. 1~2주 사이에 잎들이 훌쩍 커졌네요. 내년에는 제법 명이나물 밭이 될 것 같습니다. 잡초나 좀 정리해 주고 그냥 내버려 두면 될 듯!



민들레는 마당과 밭에 널려 있습니다. 잎을 따서 쌈채소로 먹기도하고 무쳐 먹기도하지만, 워낙 지천이다보니 그냥 관상용으로 키우는 셈입니다^^ 흔히 보이는게 노란 민들레인데, 이건 외래종이고 하얀 민들레가 토종이라네요. 어릴 때 보았던 것은 하얀 민들레였던거 같은데... 지금은 좀 귀합니다.



처음에 10포기쯤 심었는데 2년새에 엄청 퍼졌습니다. 시중에 파는것에 비해 딸기는 작지만 상당히 맛있습니다. 따먹고 남아서 잼 만들어 놓고 먹습니다. 손 안대고 매년 얻어 먹는 고마운 놈들^^



재작년 봄에 표고목을 해 놓았습니다. 1년이 지나고 작년 가을부터 표고가 열리기 시작하더니 봄이 되니 바로 나오네요? 이렇게 되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손 안대고 표고를 먹을 수 있겠네요~^^ 표고목 하는데 10만원 썻고, 작년 가을에 1만원어치 정도 따먹은거 같습니다. 9만원어치 더 따먹으면 손익분기점! 봄부터 나오는거 보니 올해는 팍팍 열려줄거 같습니다^^




기타 등등 여러 가지 묘목을 심었습니다. 큰 나무를 심었으면 벌써 열매가 열렸겠지만... 꼬챙이 같은 놈들을 심으면 3~4년은 지나야 뭔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작년부터 블루베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꽃 피는 꼴을 보니 올 해부터는 앵두, 복숭아, 매실, 미니사과를 먹게 될 것 같습니다. (작년에 앵두 여섯 알 수확했음^^)




남들은 벌써 농사 시작했겠지만... 저는 이제야 슬슬 농사를 시작하렵니다^^

올해는 옥수수도 좀 줄이고 감자랑 고구마는 저장하기도 만만찮아서 아예 건너 뛸까합니다. 대신 작년에 처음 해봤던 참외와 수박에 좀 더 공을 들여볼까... 하다가 그냥 참외만 좀 하는 쪽으로 다시 일보후퇴^^

저희 옆 동네, 어상천면(단양)이라는 곳의 수박이 아주 좋습니다. 이런건 그냥 동네 오가면서 사먹는게 편하더라구요^^


어차피 기승전삼겹살이니 쌈채 몇 가지는 필수로 심어야겠고^^

토마토, 방울토마토, 가지, 오이, 호박, 고추 약간씩. 대파는 한 번 심고나면 1년 내내 먹으니까 왕창.

작년에 인도사는 친구 소개로 살짝 심어봤던 공심채는 먹는 맛이 쏠쏠했으니 올해도 좀 심어볼까 싶고요.

주말에 시장 나가서 대충 나와있는 모종 한바퀴 돌아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부터... 건달농부 당분간 일 좀 할 예정!!! ㅎㅎ



PS) 이거 심어라 저거 심어라... 엥간하문 얘기하지 마세요... 

울 아버지께서 심어보라는 것도 많이 밀려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