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앙골라전 스케치

2006. 3. 2. 11:10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경기장에 6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주차장이 진입이 어찌나 혼잡하던지...
결국은 7시 30분이 돼서야, 길가 후미진 곳에 차를 댈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좀 더 일찍 경기장에 가기 때문에 별다른 혼잡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삼십분 출발을 늦췄다가 낭패를 보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

좋은 자리를 차지하다
지인의 도움으로 아주 좋은 자리에 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W-D 구역 앞에서 세번째 줄
한국팀 벤치 바로 뒤, 아드보카트감독의 눈높이에서 경기를 보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화이팅과 함께 경기는 시작되고...
우리진영에서 선수들의 화이팅과 함께 경기를 시작합니다.
도대체 둥글게 모여서 무슨 이야기들을 할까요?

아마도 뻐~언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 이겨야 돼, 알았어?"
"초반에 밀리면 안돼. 강하게 몰아부쳐!"
"을용이, 간만에 뛰는데 남이랑 수비 잘 받쳐주고!"
...

참고로, 동네축구에서는 경기 시작전 둥글게 모였을 때
그날의 전술 전반에 대한,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미팅이 열립니다 .^_^


이영표, 오른쪽에서 뛰다
감히... 세계 최고 수준의 왼쪽 윙백이라 할 수 있는 이영표가
앙골라전에서는 오른쪽 윙백을 맡았습니다.
(왼쪽에는 김동진)

왼쪽에서 잘 나는 새가 오른쪽이라고 날지 못할까요?
오른쪽에서도 펄펄 날아다녔습니다.
마침 자리가 좋아서... 전반전 내내 이영표를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붉은악마가 까만 악마가 되다
경기장의 붉은악마들은 붉은색 대신 검은색 옷을 입었습니다.
SK의 연고지 야반도주 및 부천시민과 축구팬들에게 저지른
배신 행위에 대한 집단 항의의 표시였습니다.
(TV 중계에서 그런 항변이 얼마나 전달되었는지... 쩝!)

그들은 전반전 내내 검은옷을 입은채 응원을 하였으며
응원 중간중간에 연고이전 반대 구호를 외쳤고
또한 중간중간에 부천과 안양의 서포팅 곡을 부르면서
SK와 LG(GS)라는 대기업으로부터 연고지 이전이라는 큰 상처를 안게 된
부천과 안양 서포터와 붉은악마가 하나임을 확인하였습니다.



Manchester Park
역시나... 기대대로... 박지성의 플레이는 돋보였습니다.
공이 있는 곳에는 그가 있었고, 전후반 90분 내내 그라운드 어디에서나
그를 볼 수 있었습니다.
상대 수비수들은 이천수-이동국-박주영과 함께 박지성을 막는데 애를 먹었고
상대 공격수들은 김남일-이을용을 상대하기에 앞서 박지성부터 뚫어야 했습니다.
이름만으로도 자랑스러운.
그리고, 기량은 더욱 파워-업된 Manchester Park!


박주영 득점, 1대 0 승리
이동국이 패스하는 시점의 박지성 위치는 별로 좋지가 않았지만...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것이 선수의 개인기량이겠죠?
침착하게 볼을 콘트롤 하고, 상대 수비 사이의 틈을 잡고, 타이밍을 잡고
반대쪽 골 포스트 방향으로 교과서적인 슛!
최근에 부진했다고들 하는데...
박주영은 결코 부진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나이와 경험, 파워가 아직 팀내 최고 수준의 선수들에 떨어질 뿐
그는 성장하고 있으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필요한 순간에 골을 만들줄도 아는 선수구요.


기도하는 박주영을 동료들이 축하해 주고
다른 곳에서는 멋진 크로스로 찬스를 열어 준
이천수를 칭찬해 주는 모습입니다.

날아라 이천수 (날았다 이천수?)
이날도 이천수는 방방 날아다녔습니다.
정교한 볼 컨트롤뿐 아니라
쉴새 없는 돌파와 끈질긴 볼다툼으로 오른쪽을 누빈 이천수...
천재는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영표-이천수로 이어지는 오른쪽 라인... 눈부셨습니다.)



아듀, 김도훈
이날... 어쩜 이날도 앙골라의 골문을 향해 슈팅을 날릴 수도 있었을...
김도훈 선수의 은퇴식이 있었습니다.
항상 1인자는 황선홍 이었지만
그는 성실한 플레이와 꾸준한 활약으로 K-리그 역대 최고의 스트라이커 자리를
일구어 냈습니다.
K-리그에서는 누가 뭐래도 김도훈이 넘버 원 스트라이커였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쌀쌀한 날씨...
까만 악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붉은악마...
...
그래도... 어쨌든... 승리는 우리의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