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리오네, 리오네~ 리옹 라이프

2016. 6. 15. 19:19색다른 축구 직관 여행/EURO 여행 - 2016 프랑스

리옹은 참 예쁜 도시입니다. 에펠탑에서 내려다 봤던 파리의 집들은 지붕이 온통 회색이었는데, 리옹의 집들은 온통 붉은색입니다. 올드타운의 골목골목마다 마치 중세를 옮겨 놓은 것처럼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골목길을 걷는 재미가 크고 골목마다 늘어선 작은 가게들, 레스토랑, 카페... 걷고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파리를 관통하는 센강이 있는 것처럼 리옹에는 손강과 혼강이 있습니다. 강을 따라 늘어선 오래된 집들과 병풍같은 절벽이 아름다운 도시지요.







프랑스 요리라기 보다는 리옹 요리

파리에서는 제대로 프랑스 음식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중국집에서 회식하고, 점심은 파스타가 있는 이태리 뷔페 식당, 아침은 호텔 조식이나 맥 모닝.^^


리옹에서는 좀 더 여유있게 리옹 라이프를, 프랑스 요리를 즐겨봅니다. 카페에서는 크레페를 즐기고, 리옹 대표 요리라는 부숑(Bouchon)을 즐겨봅니다.





부숑..... 리옹식 내장 요리라고 해야하나?

리옹에서 발달한 내장을 이용한 가정식 요리에게 전채요리, 디저트 등이 함께 제공되는 리옹 정식 요리쯤 되는 모양입니다.


전채요리로 나오는 샐러드 먹을 때는 혀가 황홀할 지경이었습니다.

어찌나 맛있는지... 재료가 어찌나 신선하던지... 그리고 뭔가 세심함이 느껴지는 요리, 함께 즐기는 와인, 게다가 근처 박물관에서 열리는 축구관련 전시회를 홍보하기 위한 마라도나 사진까지 제공되는 깨알 즐거움^^

한국 사람들이 즐기는 여러 음식시켜서 서로서로 나눠 먹으면서 "진~~짜 맛있다~~~" 리액션 놀이하기도 빼놓을 수 없구요!





그러나, 메인 요리인 그 부숑!!


"리옹 요리요? 소시지 같은건데... (손으로 갈비뼈랑 배쪽을 가리키면서) 음... 치즈랑 같이... 음..."


대충 몸짓으로 알아 들은 후 시켰더니 내장 속에 다른 내장을 넣은 후 치즈로 졸여낸 음식이 나왔는데... 

내장의 진한 풍미(?)가 디저트를 먹은 후에도 쉽게 달아나지 않네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맛.... 덜 씻은 닭똥집 냄새 내지 손질이 덜 된 옛날식 순대 냄새가 쫘악~~ ㅎㅎ

저녁에도 그 느낌, 그 냄새가 숨을 깊이 쉴때마다...

즐길만한 맛이긴 했지만 차라 맛있었다고는 못하겠습니다. ^^


그래두 뭐... 여긴 리옹이니까! 리옹까지 와서 부숑 안먹어 봤음 말을 하지 마시라 이거죠!! ㅎㅎㅎ

(나중에 검색해 봤더니 프랑스 사람들도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라고...^^)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하다고 할까요? 

도대체 프랑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흔합니다. 18년전에 프랑스를 찾았을 때는 공항에서부터 가장 먼저 부딪치는 문제가 영어 문제였거든요.

파리에서는 "여기는 국제도시 파리니까...." 하면서 보냈는데 리옹에서도 크게 불편하지 않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중 하나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국제화" 내지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라이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벨기에:이탈리아 경기가 있던 날 아침에 유난히 쌀쌀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인 "자라(Zara)"에 가서 급히 티셔츠를 하나 사고, 시간 여유가 좀 있어서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친구들과 커피를 한 잔 했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는 "미국 맛이네!"라고 이야기하고 저는 "아니지, 이건 한국 맛이야~" 하면서 웃습니다. (아들 녀석은 녹차 라떼가 없다며 투덜대긴 했지만 말입니다. ^^) 

그뿐인가요? 까르푸에 가서 장을 보고 시내에서는 우버(Uber) 택시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쓰던 스마트폰을 그대로 사용하고 각종 앱을 통해서 한국에서처럼 서로 소통합니다. 프랑스 숙소의 주인과도 앱 하나로 바로바로 이야기할 수 있구요. 당연히 거의 모든 곳에서 한국에서 쓰던 신용카드로 결제가 가능하구요.

점점 낯설고 어려운 곳이 없어지는 것 같아 편리하기도 하고... 반면에 여행자를 즐겁게 해주고 호기심 생기게 만드는 "좋은 불편함"이 없어지는 것은 아쉽습니다.


리옹의 집들은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저희가 묵은 숙소(Air BNB 민박)도 아주 오래된 아파트구요.

오래된 집이기 때문에 불편한게 상당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그 불편함을 견디고 살기 때문에 오래된 아파트가 주는 또 다른 재미와 기쁨이 있습니다. 편리하다는 것, 국제화 되고 표준화 된다는 것이 한 편으론 살짝 씁쓸하기도 합니다.



리옹에 가거든... 천연 비누 사오세요^^

저희 집 와잎님께서 천연 비누 만들기를 취미로 하시더니... 리옹에 가면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천연 비누 가게가 있다면서 한 번 들르자고 하더군요. 리옹뿐만 아니라 마르세이유도 천연 비누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리옹 올드타운에 있습니다. 아직 비누는 써 보지 않아서 품질은 모르겠으나... 일단, 가게 분위기는 차분하고 좋았습니다.


RAMPAL LATOUR Boutique de Lyon

52 Rue Saint-Jean,69005 Lyon, 프랑스

www.rampal-latour.fr



가게에 들어가면 비누가 천장쯤 있어서 그냥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벽면에 모자이크 타일 같은 것들도 다 비누에요^^


비누 가게 옆집은 꿀 팝니다. 한글로 써 있는 "꿀"이라는 글자가 반가워서 한 컷^^





본느 (Beaune)

파리에서 리옹 가는 길에 있는 작고 예쁜 도시입니다. 고속도로 바로 옆으로 참하고 이쁜 도시가 보여서 잠시 쉬어갈 겸 들렀는데 마치 시간을 뒤로 돌려 놓은 것처럼 오래된 마을이었습니다.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 같은 분위기?)

파리에서 리옹으로 직접 운전해서 가는 길이라면 잠시 오래된 프랑스 마을에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굉장히 느낌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