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최강희가 욕을 먹어야하지?

2013. 3. 27. 13:14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손흥민을 일찍 넣었으면 더 쉽게 2대1로 결정을 지을 것 같아서?

손흥민이 선발로 나갔으면 전반전에 일찌감치 득점을 올리고 승기를 잡았을거 같아서?

 

물론 그럴 수도 있었겠지... 충분히 그럴 수 있었겠지...

하지만 말야...

어제처럼 1대1 동점에 후반 중반을 넘어간 상황에서, 만약 손흥민이 아닌 다른 선수가 투입되었다면 어땠을까?

손흥민 같은 활기찬 플레이를 펼쳤을까?

 

그 다음... 경기가 진행되면서 펼쳐진 최강희의 축구는 괜찮지 않았나?

카타르의 밀집 수비를 예상하고, 1차적으로 힘과 높이의 김신욱, 공간 잘 찾아다니고 기동력 좋은 지동원과 이근호, 이청용를 앞세웠다.

물론 지동원 대신 손흥민을 선발로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손흥민을 선발로 쓸건지 지동원을 선발로 쓸건지 어떨지는 경기당일의 컨디션이나 상황에 맞춰서 감독이 선택한다. 일단, 이거 인정하고 믿고 넘어가자.

 

밀집 수비를 펼치는 상대를 맞아서 단순하고 선 굵은 축구, 특히 상대에 비해 절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높이와 힘의 축구를 1차안으로 선택한 감독의 전술은 충분히 타당했다고 본다.

 

전반전 동안 이 전술은 제대로 먹히지가 않았다.

하지만, 소기의 성과는 있었으니... 아무리 맘 먹고 수비를 하더라도 김신욱의 힘과 높이, 지동원의 기동력을 상대하면서 카타르는 적잖은 힘을 소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후반 초반에 보다 득점 확률이 높도록 이동국 투입!

 

자, 여기서 또 왜 손흥민을 넣지 않고 이동국을 넣었냐는 비판이 있을텐데...

후반전 채 10분이 지나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손흥민이 아닌 이동국을 투입한 선택은 적절했다고 본다.

비교적 긴 시간이 남았고, 0대0의 상황에서는 한 번 짚고 나서 마지막 조우커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야구에서도... 6회 동점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를 올리지는 않더라.)

 

이동국에게 기대한 것은, 그의 한 방에 의한 득점도 있겠지만

좀 더 다양한 득점 찬스를 만들어보자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근호의 골로 1대0.

다시 곧바로 실점을 허용하면서 1대1.

 

이게 후반 20분 가까운 시간이었다.

여기서부터 손흥민 투입하기까지의 15분 정도가 문제가 된다.

상황에 따라 손흥민이 10분 정도 일찍 투입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득점까지 올린 이근호가 살아있고, 이동국의 교체 투입을 통해 공격적인 찬스가 만들어지는 상황, 아직 후반전이 20여분 남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감독으로서 현재 필드에 있는 선수들을 조금 더 믿고 기다릴 수도 있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손흥민을 일찍 투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최강희 감독의 선택 또한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신욱, 이동국, 손흥민이 한꺼번에 뛰는 상황!

키크고 힘센 놈, 골 잘 넣는 놈, 빠르고 투지에 불타는 놈이 함께 뛴다...

이런 고강도의 공격 조합을 10분간 가동한 것이다.

 

이런 공격 조합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공격적인 승부를 던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끔 나오는 공격조합이다.

이런 조합을 10분이 아닌, 15분이나 20분으로 끌고가는 것은 이보다 더 모험적일 수 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최강희 감독이 10분을 남겨 놓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손흥민은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에 멋지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손흥민의 활발함과 민첩함은 다시 한 번 우리 팀의 공격 분위기에 활발함을 불어 넣을 수 있었고

급기야 극적인 골을 만들어 냈다.

손흥민을 충분히 칭찬할 수 있고, 하늘도 약간의 우리의 노력에 보답을 해 주었고...

무엇보다도 끝까지 경기에 집중하고 이기려는 의지를 불태웠던 모든 선수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최강희 감독의 전술적인 미스가 있었나?

오히려, 전술적으로 B플랜, C플랜까지 다 갖추어 놓았으며 적절한 타이밍에 그 카드들을 훌륭하게 사용했다.

그리고, 그 전술적인 카드들은 모두 제 역할을 했다.

이것은 우리가 종료직전에 극적으로 승리를 따냈기 때문이 아니라, 설사 1대1 무승부로 끝났다 하더라도 최강희 감독이 준비한 내용과 경기에서 실행한 과정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아쉽게도 여전히 수비 문제는 남지만...)

 

득점 후 바로 실점한 것이 아쉽다. 만약 1대0 상태를 좀 더 끌고 같다면 굳히기 작전을 우리가 쓸 수 있었을텐데...

그러나, 한 편으로는 더 늦은 시간에 실점을 한 것 보다는 나았다고 본다.

후반 30분쯤에 실점을 했다면, 경기를 뒤집기는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손흥민을 좀 더 일찍 투입했으면 어땠을까...

5분만 빨리 투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정도의 아쉬움은 여전히 있다.

하지만... 5분 빨리 투입했다고 결과가 달라졌을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최강희 감독은 최소한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고, 그 카드로 승리를 따냈으니까.

 

손흥민이 최강희 감독을 살렸다?

김신욱은 왜 그리 오래 뛰냐고?

이동국이 한게 뭐냐고?

 

그런말 하지 말자!

손흥민도 김신욱도 이동국도... 최강희 감독의 전술적인 선택에 따라 모두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전술적인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다.

그 점은 최강희 감독도 마찬가지고!

 

만약 이런 극적인 경기가 월드컵 최종예선의 마지막 경기였거나, 월드컵 조별예선 마지막에 16강을 다투는 경기였거나, 아시안컵 결승전이었거나, 한일전이었다면?

 

아마 모두가 칭찬 받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