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트가르트] 잉글랜드:에콰도르, 팬 페스트 관전(1)

2006. 6. 26. 15:53월드컵 여행 - 2006 독일/8.슈트트가르트

6월 25일.
슈트트가르트에서 잉글랜드와 에콰도르의 경기를 보았습니다.

동행중인 인철형과 정훈이는 다행히 미리 티켓을 구했지만
저는 티켓이 없는 상태여서
일단 경기장으로 이동해서 암표라도 구해볼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 FIFA에서 티켓에 여러가지 장치를 해 놓으면서
암표 거래를 막겠다고 공언했으나...
경기장에서는 공공연히 현장에서 티켓이 거래됩니다.)

경기장 가는 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얼마전에 보았던 잉글랜드와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예전 경기와 비교할 때
지하철이 그리 붐비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예선까지만 보고 발길을 돌린 잉글랜드 팬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어쩌면 암표를 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기장 가는 전철이 맞긴 한거야?



암표 거래는 대학시절 청량리역에서 춘천행 기차표를 사본 것 말고는
처음 해보는 짓인데...

결론을 말씀드리면, 실패했습니다. ^_^
티켓은 좀 남아돌긴 하는데, 적절한 가격과 구입 타이밍을 잡지 못해서
못사고 말았습니다.

음... 축구장 암표 가격을 보면
일단 암표는 최소 원래 가격의 2배 이상이 기본입니다.

그러다가... 경기 시간이 임박해지면 암표파는 사람들도 후딱 팔아치워야하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지요.
끝까지 표가 남아 있다면, 경기가 시작되면 원가에도 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경기라면 좀 다르지요.
인기있는 팀의 경기는 경기전에 암표가 다 팔려 버리기 때문에
적절한 가격이 제시되면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티켓을 사버려야합니다.
(제가 망설이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휙 사가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3등석이 먼저 팔려나갑니다.
똑같이 2배를 받더라도 3등석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죠.
(3등석은 2배가 넘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는 비싸지만, 어쨌든 1등석보다는 싸니까요.)

제가 암표 구입을 시도했을 때는 3등석, 2등석은 모두 팔리고
1등석 암표만이 돌아다녔는데...

원가는 120유로입니다.
초기에는 300유로 부르더니
두 장을 함께 사면 500유로 (한 장에 250유로)
그러다가 경기시작 10분전쯤 되니까 200유로까지 되더군요.

요 타이밍에 살짝 망설이다가 티켓을 놓쳐버렸고...
잠시후에 왠 녀석이 'Hospitality Ticket'이라고 쓰인 것을 들고 와서
150유로에 사겠냐고 하더군요.

저는 'Hospitality'라는 단어를 몰라서 (보통은 그 위치에 티켓 가격이 써 있습니다.)
이게 뭔가 다른 종류의 티켓을 이녀석들이 뻥튀기해서 파는건 아닌가
의심을 했고... 역시나 제가 망설이는 사이에 홍길동처럼 사라져 버리더군요.

녀석들이 떠난 후에 경기장 진행요원에게 물어봤더니
월드컵 스폰서 업체들에게 배당되는 티켓이며, 매우 좋은 자리라고 하더군요.

유럽 축구에 일가견이 있는 정훈이에게 물어봤더니
그건 정말 비싸게 거래된다면서...
그걸 150유로에 제시했다면 냉큼 샀어야 한다는군요.
(아마 그 녀석들... 어디서 공짜로 티켓을 얻었던 모양입니다.)

흑흑...
무식이 죄죠...

이미 경기 시간은 되었고...
혹시나 아직 팔지 못한 놈이 있을까하고 돌아봤더니
역시나 인기있는 팀의 경기여서 그런지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습니다.

....

아쉽지만, 저는 발길을 돌려서 팬 페스트 장소로 돌아갔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개최도시마다 '팬 페스트(Fan Fest)'라는 곳을 따로 운영합니다.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별도의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입장객 관리와 보안 검색도 철저하게 하고,
각종 편의 시설을 갖추었으며 식음료 판매도합니다. (맥주도 팝니다.)

마침 슈트트가르트의 팬 페스트는
중앙역 근처의 중심가 광장에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찾아 가기도 쉬울뿐더러,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시내 구경을 겸할 수 있어서 좋더군요. ^^

팬 페스트 가는길에 본 낙서쟁이, 보



팬 페스트 장소에 도착한 순간....
저는 그 곳이 잉글랜드의 어느 경기장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는 수 많은 잉글랜드 서포터들을 봤습니다.

(인터넷 사정이 무척 안좋습니다. 다음편에 바로 이어서 포스팅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