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세컨하우스? 엔간하면 참으세요

2016. 6. 7. 22:36사는게 뭐길래/집짓기 & DIY

이번에 Euro 2016 여행 떠나기에 앞서 가열차게 예초기 한 판 돌렸습니다. 두어 시간 예초기 돌려보신 분들은 그 이후에 한 동안 전해오는 요상한 팔떨림의 감각을 아실겁니다^^


본격적인 여름, 작물들이 쫙쫙 뻗어 올라가는만큼 잡초도 아침 저녁 다르게 쫙쫙 올라가는 계절입니다.

10일정도 여행을 다녀오지만 주말에만 시골살이를 하기 때문에 3주만에 다시 시골집을 찾게 될텐데...

지금같은 계절에 3주 집을 비우면 밭 꼬라지가 말이 아닐겁니다.

떠나기 전에 단도리하고 돌아와서도 한 바탕 몸을 움직여야 할테지요.


문득 드는 생각... 이게 뭐하는 짓인가...????

ㅎㅎㅎㅎ


세컨하우스... 이거 완전 두 집 살림입니다. ^^

나름 꾸역꾸역 꾸려 나가다 보니 또 꾸역꾸역 꾸려 나가게는 되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말리고싶네요~^^


"나도 한 번?" 하고 생각하셨던 분들은 한 번 더 생각해 보시기를^^




많은 분들이 물어봅니다.


Q) 시골에 집 지으니 좋아?

좋다마다요... 이 놈이 있어서 주말이 더 기다려집니다. 팍팍한 서울살이... 이 놈이 있어서 훨씬 풍요롭습니다.


Q) 나두... 지어볼까?

하지 마세요... 돈 깨지고 시간 깨지고 마음 깨지고 몸도 축납니다.

저는 5년전에 집짓기하고 아직도 회복중입니다. ㅠ.ㅠ 


Q) 그럼, 넌... 다시는 집 안짓겠네?

글쎄... 그게 그렇지는 않아요. 나중에 이런저런 아쉬운점을 고쳐서 새 집 지을까 싶기도 해요.


Q) 뭔소리야? 지으라는거야 말라는거야?

시골집... 세컨하우스... 아주 비싼 장난감 같은겁니다. 있으면 좋고, 애정 듬뿍 담아서 보고 또 보고 쓰다듬어 주고, 남한테 절대 줄 수 없고, 없으면 너무너무 허전하고...  그렇지만, 그 만큼의 만족을 얻는 것 치고는 너무너무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잖아요. 

천만원 짜리 장난감 사는 놈... 미친 놈인가요? (예를 들어... 멋진 차^^) 

그럼, 1억짜리 장난감 사는 놈은... ??? ㅎㅎ

그렇죠 뭐... 좋다고 다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Q) 그래서,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쩔건데? 후회 돼?

약간 후회도 되고, 반대로 뿌듯하고 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처럼  그렇게 후딱 시골집을 짓지는 않았을거 같습니다. 더 생각해보고, 좀 더 시간을 늦추고, 좀 더 자금압박이 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것 같습니다.


Q) 나보고 어쩌라고?

혹시 시골에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절친이 살던 집이 내 수중에 들어올 기회가 되면 모를까... 비싼 돈 들여서 새로 짓지는 마세요. 참고참고 참아보세요... 최대한... 참고 미루고 생각하고 계획하고, 참고 미루고 생각하고 계획하고...



시골집이 주는 몇 가지 생활의 변화


두 집 살림 (-)

  • 냉장고부터 밥 숫가락까지 한 세트 더 필요합니다. 첨엔 나무젓가락에 일회용기 쓰다가 점점 하나씩 갖추게 되더라구요. 집짓고 약 3년동안은 매 주말마다 뭔가 소소한 물건들을 나르게 되더라구요. 1박 2일 놀러갈 때랑 달리... 반복되는 일상이 되면 뭔가 많이 필요해 지더라구요.


채식주의자 (+)

  • ...까진 절대 아니고요^^ 채식을 많이하게 됩니다. 텃밭에서 나오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지인들과 나누고도 남을만큼 많습니다. 동네에서 조금 안면 생긴 이후로 지나가듯이 툭툭 던져주시는 것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새로 알게 되는 채소나 곡물, 나물 등등이 많아졌습니다.^^


아토피? 계절 감기? 변비? (+)

  • 아들녀석 아토피 조금 있었고... 온 식구들이 환절기마다 코감기 달고 살았습니다. 아내는 변비 있었고.... 지금은 그런거 모릅니다. 근거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왠지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주일 중 이틀을 시골에서 보낸다는 것은 환경과 생활에 꽤 영향을 미칠테니까요.

친숙한 재래시장 (+)
  • 시골은 여전히 시장이 큰 역할을 합니다. 소소한 생필품은 면 소재지에 있는 하나로 마트에서 거의 해결되지만 장에 나가야 구할 수 있는게 꽤 됩니다. 저희도 계절따라, 또 뭔가 필요할 때마다 제천 재래시장을 오가면서 많이 친숙해 진 것 같습니다. 재래시장에서 장보고, 길거리 음식 한 두개, 그리고 시장 맛집에서 점심 먹는게 큰 나들이입니다~


목동, 전기, 수도, 보일러 (+, -)

  • 아파트에서는 하지 않던 각종 유지보수 작업을 해야합니다. 전화할 관리 사무소도 없고 동네의 철물점이나 설비업체도 없습니다. 면허 따고 운전 처음하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기죠? 집도 마찬가지더라구요...ㅠ.ㅠ 불편함이 커지는 댓가로 여러가지 공돌이 본능이 깨어납니다. ^^ 

삼겹살 vs. 국수 (-)
  • 마당에 불 피우고 삼겹살? ㅎㅎ 그건 손님 올 때나합니다. 오히려 라면이나 국수, 둥지냉면, 비빔면, 짜파구리... 이런거 생각보다 많이 먹습니다. 극과 극이죠? 밭에서 직접 키운 신선한 제철음식을 더 많이 즐기면서, 반면에 인스턴트 음식도 많이 먹습니다.


아메리칸 라이프? (-)

  • 영화를 보거나 외식하거나.... 뭐 쫌 시골 벗어난 뭔가를 하려면 일단 차몰고 40분 나갑니다. 그래서, 그런쪽에 지출이 확 줄었습니다.^^


뱀, 그리고 벌레들과 친숙해 지기 (-)

  •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많이 보여요... ㅠ.ㅠ 친숙한건 택도 없는 소리고 그만큼 흔하고 덤덤하다는 말입니다. 마눌님께서도 이제는 방에 기어다니는 무당벌레 쯤은 손으로 쓰~윽 훑어냅니다. (한 마리면 집어 내는데.... 여러 마리는 훑어 내야죠... ㅋㅋ)

주말이 없어진다? (-)
  • 거의 대부분의 주말을 시골에서 보냅니다. 특히, 봄부터 가을까지는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도 매주 꼬박꼬박 손을 대야합니다. 주말 농부의 단점이죠. 한 번 건너뛰면 2주가 가버리니까요. 주말을 보낼 수 있는 작은 터전을 가진 것은 좋은데, 다른 주말 놀이는 많이 희생됩니다 ㅠ.ㅠ

....


다시 묻고 싶으시죠?

그래서, 좋단거야 나쁘단거야? 

세컨 하우스... 지으란거야 말란거야?


결론은 같습니다. 

좋은 것들이 참 많지만 그걸 얻기 위한 댓가가 생각보다 큽니다. 그리고, 세컨 하우스 없이도 그 정도 좋은 것들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나 그것을 대체할 것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엔간함 짓지 마세요.... 최대한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고 생각하시기를...


평생 살면서 여러 번 해 볼만큼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하고싶은 대로 함 해봐도 괜찮겠지만

대개는 평생에 딱 한 번 하는 일일겁니다. 충분히 늦추고 충분히 신중해도 됩니다.


세컨 하우스... 있으면 참 좋지만 그 댓가는 분명히 있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