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스 사이공, 성남아트센터

2006. 7. 18. 13:39사는게 뭐길래

지난 7월 15일은 아내와 제가 처음 만난 지 15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선후배로 만났고, 그 다음부터는 선후배 혹은 친구처럼 지내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함께 키우게 되었습니다.
저보다 세살 아래지만 지금은 머... 그냥 같은 연령 수준으로 살고 있습니다.

마침 집에서 가까운 성남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한다기에
어제(17일)는 함께 뮤지컬을 보고 왔습니다.

뮤지컬은 예술의 전당에서 '맘마 미아'를 본 후 이번이 두 번 째입니다.
맘마 미아는 매우 유쾌하고, 뮤지컬을 구성하는 노래는 모두
우리에게 친숙한 아바(ABBA)의 노래였기 때문에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뮤지컬을 보자고 이야기를 했었지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답게
노래들도 매우 아름다웠고 무대 장치나 연출도 스케일이 대단했습니다.
극장에서 잘 편집된 화면으로 즐기는 영화와는 다른
뮤지컬만의 재미를 100배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맘마 미아는 유쾌하고 즐겁긴 했지만, 웅장한 무대 연출은 볼 수 없었지요.)

반면에... '심금을 울리는 러브 스토리' 라는 면에서는
그다지 제게 큰 감동을 주지는 못하더군요.

미군병사와 사랑을 나누고, 미군 병사가 떠나고,
홀로 아이를 키우던 여인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사랑했던 미군 병사를 만나고,
그 병사는 미국에서 이미 결혼을 했고,
결국은... 비련의 여인이 아이를 아빠에게 맡기고 자살을 하면서 끝을 맺는 스토리가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드라마의 이야기처럼 보였기 때문일까요?

실상... 그와 똑 같은 스토리는 아닐지라도
그런류의 비극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스토리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동양의 힘없고 가녀린 여인들이
모든 역사의 희생을 감당하는 것을
가슴 찡한 러브 스토리로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전쟁통에 사랑을 나누고, 다시 떠나고
여자는 온갖 고생을 하고, 남자는 결국 자기의 새 인생을 살면서
결국은 과거 여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만을 데려가고...
어떻게 보면 전쟁중에 흔히 생기는 추잡한 작태들을
가련한 여인의 죽음으로 결말 지으면서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로 치장한 것일 수도 있겠죠.

아니면...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한국 사람의 눈이라서
다소 삐딱하고 불편하게 스토리를 받아 들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뮤지컬에 나오는 장면 장면들의 웅장함과 치밀함
아름다운 노래
그리고, 그것을 잘 표현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훌륭했습니다.

뮤지컬의 스토리와 그것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은 배제하더라도
주인공들의 흡입력이 좀 약해 보였던 것 같습니다.
(주제넘게... 뮤지컬을 잘 모르는 눈으로 받은 느낌이지만 말입니다.)

............

성남아트센터는 개관한지 얼마 안되는 공연장입니다.
시설은 매우 훌륭합니다.
그러나, 아직 운영한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공연장치고는 주변이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극장 앞 로비에서 어수선하게 식음료를 판매하며 북적이는 모습이라든가
매표소 옆의 잡상인 가판대 같은 곳에서 관람용 망원경을 대여해주는 모습이라든가
매표소 또한 예약 창구와 현장 구매 창구가 구분되어 있지 않고
어수선하게 여러 줄이 늘어선 모습 등은
아트센터를 운영하면서 차츰 개선해 가야 할 부분일 것 같네요.

...........

족쟁이들은...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뮤지컬과 축구를 비교하게됩니다.
뮤지컬 배우 못지 않게 치밀하고 고단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또한 혼신의 힘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지만
뮤지컬처럼 기꺼이 돈을 내고 경기를 즐기는 팬들을 가지지 못한 우리 축구....

뮤지컬처럼 잘 준비된 각본과 극적인 요소들이 미리미리 갖추어진 무대 연출은 없지만
생동감 있는 라이브로 예측할 수 없는 흥미가 살아 숨쉬는 축구장에서는
언제쯤 이렇게 즐거운 관중들을 볼 수 있을까...

과연 우리에게...
기꺼이 돈을 내고 뮤지컬을 즐기듯이
축구가 하나의 문화적인 고정 아이템으로 사람들에게 자리잡는 날은 언제일까?

항상 자기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티켓을 준비해 두는 서포터는 아닐지라도...
축구를 좋아하는 내가 1년 혹은 2년에 한 번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1년 혹은 2년에 한 번 축구장을 찾을까...

티켓링크 사이트에서 예매를 할 수 있다는 공통점 말고는...
아직 축구는 영화나 연극, 콘서트, 또는 뮤지컬과 같은
여러 즐길거리와는 다소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코드의 여가나 취미 활동인 것 같습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부부가
서로가 만난지 15주년 되는 날에

"우리 축구 보러가자!"

... 라면서 즐거운 외출을 할 수 있는 날도 오겠지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