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른베르그] 잉글랜드 vs. 트리니다드-토바고

2006. 6. 16. 10:53월드컵 여행 - 2006 독일/3.뉘른베르그


6월 15일.
오전에 일찍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뮌헨의 명물 거리를 좀 구경하고 나니
금새 오후 1시가 넘었습니다.
오후 1시 50분, 쉴틈 없이 뉘른베르그로 향했습니다.

뉘른베르그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가 넘었고
부랴부랴 서둘러서 곧장 경기장으로 직행!

경기장 가는 전철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곳은 완전히 잉글랜드의 물결입니다.
그들의 떠드는 소리, 노랫 소리와 구호가 온 도시를 채운 것 같았습니다.

이미 거나하게 취해있는 그들.
손에 맥주병을 든 채 걷고, 그리고 전철을 타서 또 마시고...
어떤 넘들은 아예 작은 드럼(3천cc)을 사서 따라 먹습니다.
언놈은 벌써 취해서 들고 있던 병을 떨어뜨려 깨뜨리고...

지금까지 보았던 프랑크푸르트 경기(한국:토고),
뮌헨 경기(사우디아라비아:튀니지)에 비해서
경찰도 훨씬 많이 배치되었고, 곳곳에 기동대까지 대기하고 있었으며
엠뷰런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경기장 검색대에서도 다른 경기보다 더 철저히 검사하고
반입을 허락하지 않는 물건들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가방에서 나오는 응원 걸개도 일일이 확인을 하고
인종차별적인 문구가 있으면 그것도 차단을 합니다.

나중에 대강 분위기를 파악했는데
제 짐작에 모든 것은 잉글랜드 때문인것 같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인철형과도
과연 잉글랜드라는 나라가 서포터로서 배울 것이 있는가... 라는 물음을 가졌습니다.

심하게 말해서
술 쳐먹고 지랄떠는 떨거지는 죄다 잉글랜드 애들입니다.
워낙 많은 잉글랜드 사람들이 있었고, 개중에 점잖고 매너있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하여간 제가 받은 인상은 그랬습니다.

독일 축구팬과 비교를 하자면
독일 축구팬은 술에 기분좋게 취한 술꾼이라면
잉글랜드 축구팬은 주정뱅이라고 선을 그을 수 있습니다.

경기 내용도 실망스러웠습니다.
일정을 무리해가면서까지 뉘른베르그에 간 것은
멋진 잉글랜드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는데
막판에 두 골을 몰아넣어서 2대0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바로 전날 보았던 독일의 파워풀하고 열정적인 축구에는 한 참 못미치더군요.

잉글랜드 축구는 이제 겸손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진짜 축구다!"
"너희가 뭐라하건 이건 잉글랜드의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위와 같은 말이 전통과 명예 보다는
자만과 고집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웨인 루니와 베컴 같은 훌륭한 선수도 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을 가지고 있는 잉글랜드지만
오늘 그들이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상대로 보여준 축구는
호주가 일본을 상대로 보여줬던 모습이라든가
독일과 폴란드의 경기, 이탈리아와 가나의 경기, 체코와 미국의 경기에서 보았던
빠르고 박진감 넘치며, 90분 내내 멈추지 않는 역동성이 있고
쉴새 없는 압박과 전진으로 상대를 몰아세우는
요즘의 축구 강국들이 구사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축구는 누가뭐래도 잉글랜드가 진짜다... 라는 저의 막연한 기대는 깨졌습니다.
그들의 축구도, 또한 그런 축구를 보좌하는 그들의 팬 문화도...
이제는 제발 다른 나라에서 배우기를 바랍니다.

......

너무 딱딱하게 잉글랜드를 쪼아댔군요.
잉글랜드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 많겠지만, 하여간 제가 받은 인상은 그랬습니다.
우리가 TV로 많이 봤던 프레미어 리그의 멋진 경기는
잉글랜드 선수가 아닌 반니스텔루이나 앙리가 만든 축구는 아니었을까...
미안한 이야기지만...
오늘 뛴 잉글랜드 선수들이 왜 박지성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군요... 쩝!

......

딱딱하게 비아냥거리는 것은 그만하고... 경기장 분위기 함 올려볼까요?
(젠장... 경기가 하도 답답해서 몇 컷 찍지도 못했습니다.)

비록 잉글랜드 팬들이 절대다수였지만
경기전에는 양쪽 팬들이 서로 어울려 사진도 찍고 좋다!


사우디아라비아-튀니지 경기때 저를 스파이 쳐다보듯 했던
일본 기록원 아줌마가 또 제자리 부근에 있더군요.
이 아줌마 키가 상당히 작은데
잉글랜드 애들이 시도때도 없이 일어났다 앉았다 하니까
시야가 가려서 경기 보고 기록하는데 애좀 먹었습니다. (쌤통!)


경기장을 도배한 잉글랜드 팬들의 걸개들.
이들은 우리처럼 붉은악마가 조직적으로 걸개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들이 알아서 자기 걸개를 가져오고
자기가 앉은 스탠드 블록의 적당한 위치에 걸개를 설치합니다.
그것들이 합쳐져서... 이렇게 스탠드 전체가 잉글랜드 걸개로 도배됩니다.


검색대에서 본 트리니다드토바고의 팬.
도대체 이렇게 큰 자루가방에 무엇을 넣어서 들어가는걸까?
북채를 손에 들고 있는 걸로 봐서 북인거 같긴 한데...
(근데, 모자를 쓴 꼴을 보니까... 혹시 산타크로스 할아버지 아니세여?)


뉘른베르그의 프랑켄 스타디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경기장의 가장 좋은 자리를 장애우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경기장에서 출입이 가장 편리하고 다른 사람들로 인한 불편이 없고
또한 큰 휠체어를 굴리고 다니기 때문에 다른 관중들에게 불편을 줄 필요도 없는 자리.
그게 바로 장애우들에게 필요한 자리입니다!


온통 잉글랜드 팬들로 둘러싸인 속에서도...
지난번 사우디아라비아 아저씨에 이어서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나홀로 위풍당당 아저씨를 소개합니다!


마지막으로...
잘 나가다가 물 흐리는 순서... ^_^ (킥킥)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미인을 소개합니다!
(여러분, 트리나다드토바고 여성팬들 중에 이런 미인 언냐들 상당히 많습니다!)

2014년에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열리게 되면
아무래도 트리나다드토바고를 경유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