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 이후,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줄만한 책들

2011. 2. 1. 15:27사는게 뭐길래/볼거리먹거리놀거리

읽은 시기는 다르지만, 앞으로 저의 인생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되는 책들이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라, 그리고 지금까지 겪어 왔던 일들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생에 대해,
제가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터득한 저의 가치관과 삶의 기준에서 판단할 때,
내가 앞으로 살아갈 삶의 자세나 철학에 대해 하나의 이정표가 될만한 이야기들입니다.


나는 학생이다
왕멍 지음

중국의 골수 공산당원이었던 왕멍. 정치적 파워게임의 희생자가 되어 16년간  고비사막이 있는 위구루 자치구에서 유배 생활. 그리고 다시 중앙 정치권으로 복귀.
이 투박한 시기를 겪으면서도 왕멍은 일관된 자세와 철학을 유지하면서 '학생'으로서의 자기 본분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감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나는 학생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겠지요.
저는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제가 저 자신을 돌아 봤을 때, "나는 학생이었고, 지금도 학생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런 자세로 겸손하지만 의연하고 꾸준하게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배울 수 있고, 자유롭고, 일탈적이면서 도발적이기도하고, 무한한 가능성의 시간 속에서 여유롭게 정진하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연습하는 사람!
이 세상 어떤 호칭이나 자아선언 보다도 명료하고 힘이 있으며 궁극적인 자부심을 줄 수 있는 말, "나는 학생이다" (돌이켜보면... 저는 진정으로 학생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셸터 (Shelter)
로이드 칸 지음

집짓기에 관한 책입니다. 수 많은 집들에 대한 사진과 건축원리, 도면, 집짓기와 관련된 과정과 도구들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집짓기 매뉴얼이 아닙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집의 아늑함과 인류의 집짓기 본능을 말하고자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머리와 손에는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위대한 '집짓기 재능'이 살아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또한 그 재능을 숨긴 채 비싸고 복잡하고 어렵기만한 집에서 진정한 삶을 잃어버리지 말고, 아주 소박하지만 나만의 손길과 정신이 깃든 진정한 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 몸 하나, 그리고 나의 아내와 아이와 함께 안식을 취할 수 있는 조그마한 '피난처(Shelter)' 하나는 거뜬히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남자가 되고 싶습니다.


월든 (Walden)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1840년대에 지은이가 월든(Walden)이라는 호숫가에서 직접 집을 짓고 자급자족의 생활을 하면서 겪은 2년간의 기록이자 삶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진실로 자연과 동화된 인간, 최소한의 소유만으로 영위할 수 있는 편안함과 안식이 있는 삶,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자주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는 삶!
점점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은 것이 필요하고,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고,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더 많은 일을 해야하고, 그리하야 결국은 남부럽지 않은 부와 명예를 획득하는 것만이 인생은 아닙니다.
오히려 최소한의 소유와 물질적인 무장해제를 통해서 우리는 오히려 더욱 풍부한 사색의 시간과 자연에 대한 여유로운 관찰과 이해, 그리고 정신적인 행복과 여유를 누릴 수 있음을 저자는 직접 2년간의 실험과 실천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이 출판된지 16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저자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그릇된 문명에 대한 비판은 오늘의 우리들에게 그리 낯설지가 않습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저자와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고 비슷한 결론과 방향을 제시한 선구자는 많았을겁니다.
지금도 수 많은 지식인과 선각자들이 그와 같은 삶의 가치를 설파하고 있을테구요.
그러나, 진정 저에게 와 닿은 것은 저자의 용기있는 체험과 실천,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확실한 신념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삶에 대해서 좀 더 강인한 용기와 신념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40년간 양육되었던 환경이 아닌, 저 스스로 꾸릴 수 있으며 저 스스로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는 진정한 독립과 자유를 실천하기에는 저 자신에게 용기와 신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말입니다.

한 참 세월이 흐른 후...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다시 월드컵이 열릴 때 쯤에나..
아니면, 그보다 빨리?

내 손으로 지은 자그마한 셸터에서
소박하지만 자유가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
학생의 모습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