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이라면... 할 수 있을까?

2013. 5. 16. 22:33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짐작이긴하지만... 아마 최강희 감독은 벌써부터 김남일을 뽑고 싶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대표팀을 보면 뭔가 헛도는 느낌이 쭉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조직력과 팀 컬러를 다질만큼 충분한 훈련시간을 가지기 어려웠다는 것이겠죠.

큰 대회가 아닌이상, A-대표팀은 모여서 잠시 발 맞추고 바로 경기를 뛸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번에는 좀 훈련시간이 주어진다는데... 함 기대해 봐야죠.)

 

뭣 땜에 겉도는 느낌이 들었을까...

곰곰히 짚어보면, 그것은 잘나가는 유럽파의 어린 선수들과 왠지 한 수 떨어져보이는 국내파의 부조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요즘 한 창 잘 나가는 기성용, 구자철, 이청용, 손흥민, 김보경,지동원... 모두 어리고 앞날 창창하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선수들입니다. 게다가 축구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큰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가장 첨단의 축구를 접하는 선수들이지요.

 

이것은 뭐랄까...  넷스루 같이 한국의 작은 회사에 구글에서 잘 나가는 젊고 똑똑한 개발자들이 몇명 합류한 상황이랄까?

예를 들어, 대학을 갓 졸업하고 구글(Google)에서 일하는 능력 좋은 대학 후배들이 우리 회사에 합류했다고치죠.

이 친구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에서, 최첨단의 시스템 속에서, 또한 세계 최강의 동료들과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들은 우리 회사 최고의 개발자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게 될 것이고, 또한 회사의 마케팅팀과도 협력하면서 일을 할 것입니다.

다행인것은 학교 선후배 사이로 서로 잘 아는 관계이고,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언어 소통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같은 학과, 같은 연구실에서 함께 일했던 경험도 있구요.

 

그런데... 잘 될까요?

잘 될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좀 미묘하게 겉돌것 같지는 않나요?

분명히 한국에서 함께 자랐고, 한 때 함께 일한 경험도 있고,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이지만...

일하는 스타일, 시스템, 일하는 방식, 협업하는 방식 등등에서 엇박자가 조금 생길겁니다.

 

아마 우리 대표팀에서도 이와 비슷한 부조화는 있을겁니다.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한 틀에서 오랫동안 실력을 축적한 내부 베테랑들의 집단과 외부의 첨단 환경에서 급성장하는 신진 세력이 뒤섞였을 때는 어디서는 나타나는 부조화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리고 짱짱한 해외파 선수들이 건방을 떠는 문제도 아니고, 국내파 선수들이 텃세를 부리는 것도 아닙니다.

더욱이 실력의 차이도 분명 아니란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잘하면 유럽에서 뛰지 왜 여기서 뛰냐?"라고 단순히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선수의 성장 가능성, 특징, 잠재적인 상품가치, 그 시장에서 통하는 스타일이나 플레이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유럽에서 뛸만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로 갈리는 것이니까요.

 

....

 

앞에서 말씀드린 구글의 개발자들과 넷스루의 개발자들이 모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구글에서 온 개발자들 중에 아주 유명한 친구가 있습니다.

구글에서도 매우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이고, 이 친구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실력도 출중할 뿐아니라 희생정신도 강하고 언제나 솔선수범합니다.

구글의 개발자들을 구글 스타일로 이끌면서, 또한 넷스루의 개발자들을 한국적인(?) 스타일로도 이끌어줍니다.

테스트를 놓고 양쪽 개발자들이 서로 다른 방식을 놓고 헤메고 있을 때, "그건 나한테 맡겨!"하고서 자기가 다 해결해줍니다.

 

이런 사람있으면 참 좋죠.

박지성 같은 선수 말입니다. ^^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실력과 업적이 있는 선수가 중심에 있고, 게다가 그 선수는 팀 정신도 뛰어납니다.

출중한 실력으로 솔선수범하면서 앞서 말한 서로 다른 블럭 사이의 간극을 실력과 희생으로 메워줍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리드하에 다른 선수들도 빠르게 서로 다른 부분을 메워갑니다.

그 서로 다르다는 부분이 사실 그리 큰 것은 아닐것이고,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는 수준의 선수들인만큼 약간의 자각만 있으면 금새 자신이 해야할 플레이에 도달할테니까요.

 

그런데 아쉽게도 이 선수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네요.

 

....

 

또 다시 넷스루 개발자와 구글 개발자가 합쳐진 팀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박지성 같은 출중한 개발 리더가 없는데...

그런데... 넷스루의 개발자 중에 과거에 잠시 구글에서 일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구글에서 그리 탁월한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고, 그러다보니 거기에서는 그다지 중책이 주어지지는 않고... 그래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근데, 이 사람!

팀 장악력과 개발할 때의 파이팅이 엄청 뛰어납니다. 궂은 일은 자신이 전면에 나서서 사장과 맞짱도 뜰 줄 알고, 때로 사장이 직접 개발자들을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자신이 사장을 대신해서 개발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쓴소리도 잘 합니다. 구글에서 온 친구들도 이 선배가 자기들 학생 시절에 매우 훌륭한 선배 개발자였으며, 또한 아주 카리스마 있게 후배들을 이끌었던 걸 기억하고 있구요.

 

그런데... 이 사람이 한동안 중요 개발에서 손을 떼고 신입 사원들을 가르치면서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개발팀을 이끌다가 최근에 다시 중요 제품의 개발 리더로 복귀를 했습니다.

대체로 예전 실력과 감각은 살아 있지만... 나이 탓인지 공백 탓인지는 몰라도 전처럼 엄청난 개발 퍼포먼스는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신제품을 만들어야하는데, 사장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개발 리더로 이 사람을 쓰자니 조금 미심쩍습니다. 과연 개발자들이 이 사람의 실력에 대해 예전처럼 전적으로 인정할지도 걱정스럽고... 더구나 구글에서 온 어리고 쭉쭉 뻗어나가는 능력있는 후배들에게 잘 먹힐까... 좀 걱정이 됩니다.

 

그러다가 이 사람... 한동안 적응기를 거치더니 요즘은 거침없이 좋은 개발품을 내는군요. 예전과 다름 없습니다. 넷스루의 개발자들도 연신 "형, 살아 있네!"를 외쳐줍니다. 구글에서 온 개발자들도 잘 이끌어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

 

김남일이 이런 선수죠. 감독들이 좋아할만한 선수입니다.

전성기의 김남일이었다면 주저 없이 그를 뽑아서 주장을 맡기고 싶었을겁니다.

하지만... 한 번 전성기에서 꺽였던 선수, 그리고 나이가 제법 되는 선수를 선택할 때, 어떤 선수에게 중책을 부여할 때, 감독 입장에서는 그 선수를 거기에 쓸 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하고 또 그 선수를 거기에 썼을 때 그 역할을 해 낼 수 있다는 감독 스스로의 확신이 있어야합니다.

그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거고... 리그에서 보여주는 그의 플레이와 팀에서의 활약상이 가장 큰 명분이 되겠지요.

 

요즘 김남일... 괜찮죠? 

지금 같은 정도라면 대표팀에 뽑아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만한 밑천은 확보한 셈이고, 다른 선수들 입장에서도 "오호라, 이형 만만찮네!"라는 믿음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네요.

 

실력이 뒷받침 되지 못한다면 아예 김남일을 뽑을 수 없겠죠.

하지만, 실력이 녹슬지 않은 김남일이라면... 

지금 이 상황의 대표팀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 줄 것 같습니다.

 

만약에...

만에 하나라도...

 

김남일이 복귀하고도 여전히 뭔가 겉돈다면?

 

박지성 은퇴 번복해야지 모.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