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와 칸타타 선언

2006. 3. 3. 11:50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붉은악마라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서포터스가
10년쯤 전에 PC통신 하이텔의 축구동호회를 기반으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저 단순히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한  군무집단이 아닌
한국축구의 팬으로서 느끼는 절박함
그리고, 팬으로서 꿈꾸는 미래를 가슴에 안고 출발한 것이
바로 오늘의 붉은악마가 된 것이다.

지난 앙골라전 때의 검은 옷 시위의 논란을 보노라면... 안타깝다...
왜 붉은악마는 검은색 옷을 입었느냐고?
붉은악마의 초심은 어디로 갔냐고?

아래에... 1995년 하이텔 축구 동호회 시삽의 이름으로 발표된
'칸타타 선언' 이라는 글을 소개한다.
거창한 것은 아니다.
칸타타라는 이탈리안 카페에서,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서 만든
동호회의 지향점과 강령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이런 유치하고 순수한 마음이 결집되고
또 그것을 하나씩 실천했기 때문에
오늘의 붉은악마도 있을 수 있었고, 프로팀 서포터스도 있을 수 있었다.

비록 그 문구 하나하나를 보면 지금의 시대상황에 맞지는 않지만
한국 축구의 온라인 팬 포럼에서 채택한 그들의 다짐을 다시 되새겨 보자.

경기장에서 검은 옷을 입고
붉은 물결로 응원을 주도하지 않은 것은 붉은악마가 초심을 잃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초심에 충실했음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붉은악마가 '붉은 군무의 집단'이 아닌
하이텔 시절의 건강한 팬 포럼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할 뿐이다.
붉은악마를 잉태시킬 수 있었던 그 건강하고 열린 마당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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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     타     타    선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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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 축구동호회의 발전을 위해서 좀 더 목적의식을 명확히 하고
체계적인 운영을 하고자 95년 12월 16일에 대학로 칸타타에서 칸타
타선언을 발표한다.

-열린 동호회를 지향한다.
  결코 골수 축구팬들의 모임으로 존재해서는 안된다라는 명제를
  항상 기억해야 한다.

-실천하는 동호회를 지향한다.                                                
  우리끼리 자위행위를 하자고 모인 동호회가 아니라 축구발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행동으
  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체의 영리나 권위등을 배격한다.
  동호회 활동을 위한 것이 아닌 상업적인 수익사업이나 활동, 동
  호회의 세과시등은 배격한다.

-시류에 따르는 축구팬이 아닌 진정한 축구팬의 자세를 추구한다.
  기회주의적인 축구사랑이 아니라 영원한 축구팬으로서의 자세를
  견지한다.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어떤 궂은 일이나 험한 일이라도 가리지 않고 그것이 한국축구를
  위한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여 수행한다.

-2002년 월드컵의 한국개최와 남북공동개최를 적극 지지한다.                   
  당금의 한국축구 목적인 2002월드컵의 한국 개최를 위하여 축구
  동이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최선을 다한다. 더불어 다가올
  통일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남북공동개최를 적극 추진한다.

-올바른 통신문화의 정착을 위해 노력한다.
  축구팬의 입장과 더불어 정보화시대를 맞이하는 통신인의 입장
  을 함께 자각하여 예의범절을 중시하고 올바른 토의문화 및 통
  신문화의 정착을 위해 축구동 회원이 먼저 노력한다.

-올바른 한국적 축구문화의 창달 및 보급에 노력한다.
  현재의 한국축구문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인식
  하며 이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나 단 성급한 서구축구문화의 맹
  목적 추종이나 왜색 문화에 대한 과장된 동경을 경계한다. 이를
  통해 올바른 한국적 축구문화의 창달 및 보급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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