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란 이름으로 만난 10년 친구들

2008. 5. 9. 13:28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1995년쯤인가... 하이텔 축구 동호회를 통해서 서로를 알게 되었고
1997년 가을, '98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 한일전 때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벌써 10년이 넘었지요.
그 동안 축구장에서 많이 만나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가끔 얼굴을 보면서 지내온 사람들입니다.

친구라고 하기에는 사실 나이 차이가 많이 납니다.
모임에서 가장 나이 많은 형님이 54년생이니까, 저보다 15살이나 위지요 ^^
감히 형님이라고 부르기도 버거운 나이차가 있지만
우리는 늘 형님, 동생하면서 만나고
서로 웃고 떠들고 술잔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이 차이를 떠나서, "축구"라는 공통 분모가 있기 때문에 모두 친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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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는 장소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광화문 동화면세점 뒷골목의 "왔다식당". 가게도 사장님도, 그리고 모이는 사람들도 한결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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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는 양선장님과 함께 배를 타고 가자고 했습니다. (사진 가운데 체격 큰 아저씨)
뺀질이 명준형님(오른쪽 위에 멋진 올백머리 아저씨)은 예쁘고 똑똑한 딸 진아 자랑이 끝이 없습니다.
모임의 수장인 홍구형은 기브스한 다리를 끌고 모임에 나왔고
저와 동갑내기인 용국이, 성호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그나마 가끔 얼굴을 보는 영춘형님, 영진형님.
몇 년만에 얼굴을 본 종대형님, 현택형님.
일마치고 오느라고 맨 나중에 도착한 현수형님.
새로 총무가 된 막내 상우까지...

1년에 한 번쯤 소집령이 오면, 어떻게든 다들 시간을 내서 모이는게 신기합니다.
매년 모임에 나갈때마다 오늘은 몇명이나 오려나...
2-3명 밖에 안올꺼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고 약속장소에 가보면
저보다 먼저 와서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도 있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모이고
금새 10여명은 모이게 됩니다.

예전에 한 번은... 모이는 날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서
도로가 물로 덮히는 난리 속에서도 성황리에 모임이 이루어졌던 적도 있지요. ^^
(다들 와이프들한테 엄청 깨졌지요 ^^)

제가 포항에 있을 때는
다 함께 포항에 몰려 와서 함께 축구 경기를 보고,
바닷가에서 밤이 새도록 골뱅이 안주에 맥주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축구장에서 만난 친구들은 늘 개구장이 같습니다.
나이 50이 넘은 형님들도 저랑 장난치고 놀 때는 꼭 고등학교 친구 같이 노니까요.
함께 모여서 뭔가 꿍꿍이를 하고... 다음번 월드컵 때 움직일 작전을 짜고...
그러면서 한국 축구는 물론 전세계 축구계의 모든 문제를 한 번씩 쫘악 훑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영웅으로 등장하는 사람도 있고, 죽일 놈도 등장하고...

다음번 모임은 예전처럼 단관을 한 번 하자면서 헤어졌습니다. (단관 : 축구경기 단체관람을 말함^^)
말대로 단관을 하게될지, 아니면 올 연말이나 내년 이맘때 쯤에나 다시 보게될지 모르는 일이지요.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분명히 다음번 모임이 있을거고
우리들은 또 언제나처럼 모여서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있겠지요.

다들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모임에서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