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월드컵의 나라에 도착

2010. 6. 8. 21:51월드컵 여행 - 2010 남아공/1. 케이프 타운


[6월 7일]

나미비아 스와콥문트에서 빈트후크로, 다시 빈트후크에서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으로 들어왔습니다.
스와콥문트에서 빈트후크까지는 작은 미니버스(우리나라 승합차 정도?)를 이용했습니다.
마침 승객이 거의 없어서 진짜 승합차 널널하게 타는 기분으로, 편하고 쾌적하게 빈트후크에 갈 수 있었습니다.
약 4시간 소요! (기차로는 9시간~10시간이 걸린다는... ^^)

빈트후크에서 남아공까지는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원래는 인터케이프 버스를 이용할 예정이었는데, 돈을 좀 아껴보려는 마음에 인터케이프의 반값밖에 하지 않는 Bailey Reo라는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좌석이 좁고 약간 후졌지만 평균수준은 해 주는 버스인데...
문제는 이 버스를 타고 20시간 정도를 달려야 한다는 거죠... 흐흐...

약간 꾀를 부려서 맨 뒷자리, 화장실 앞에 셋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버스에 화장실 있어요. ^^)
맨 뒷자리이고, 더구나 화장실 앞자리라서 사람들이 좀 기피할 테고... 그러면 우리끼리 좀 널널하게 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
예상이 적중해서 비교적 넓은 자리 차지하고 케이프타운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버스가 정차하는 곳마다 인터케이프 버스도 거의 동시에 도착해서 옆에 서더라구요.
보아하니 대부분의 외국인 여행자들은 인터케이프 버스를 이용하고, 우리가 탄 버스는 현지인들이 값싸게 이용하는 버스인 듯 했습니다.
옆에 서 있는 인터케이프 버스를 보면서 얼마나 입을 다셨는지... 쩝쩝!
옆에서 보자니 우리 버스보다 훨씬 때깔 곱고, 좌석도 넓어 보이고, 편안하고 보이고... 쩝쩝쩝!

웃긴거는...
나미비아 국경에서 출국신고 할 때, 그리고 남아공에서 입국신고 할 때 인터케이프 승객들은 급행처리를 해 주더군요.
심지어 남아공 국경에서 입국심사할 때, 우리 버스는 승객들 짐 검사를 하면서 인터케이프는 버스를 그냥 통과시켜 주더라구요.
부럽기도 하고, 인터케이프 안탄거 후회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뭐, 이런게 다 있어?" 하는 울화통도 치밀고...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 여행하는 용건&창수가 있어서 그닥 힘들지 않게...
서로 유쾌하게 웃고 떠들면서 긴 여행을 수월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남아공은 겨울입니다. 말이 겨울이지 우리나라로 치면 가을 날씨 정도가 되겠네요.
이미 들판의 수확도 다 끝났고 갈색 빛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창 밖 풍경은 초원 같기도 하고, 황무지 같기도 하고, 잘 정돈된 밭이나 과수원 같기도 하고...
날씨가 흐리긴 했지만 지금까지 지나온 아프리카의 나라들과는 또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케이프 타운에 도착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네요.
월드컵이 코 앞인데, 아직 전혀 월드컵 분위기를 느낄 수 없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랑은 너무 차이가 많이 납니다.
치안이 걱정돼서 그런지 월드컵 여행자들도 숙소에서 방콕 중인듯 하고...
비가 내리기 때문에 거리가 더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하여튼, 저희들도 바싹 긴장한 채 각자 숙소로 헤여졌습니다.

도시 분위기는 너무 좋아요.
흐린 날씨 속에서 잠깐 훑어 보았을 뿐이지만 아름다운 해변을 볼 수 있었고, 거리 곳곳의 도로와 건물들도 깔끔한 유럽의 모습입니다.
치안이 좀 불안하긴 하지만 도시를 걸어다니는 사람들만 봐서는 별다른 일 없이 평화로워 보이네요.

내일은 좀 더 월드컵 분위기가 느껴지기를 기대해 봐야죠.
그나저나... 날씨가 맑아야 아름다운 케이프 타운의 모습을 볼텐데...
내일도 비가 올까봐 그게 좀 걱정됩니다.

그래도 월드컵은 월드컵!
곧 분위기 Up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