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1박 2일 - 텐진테다 : 포항스틸러스

2009. 4. 24. 12:30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지난 4월 21일(화)-22일(수) 다녀왔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텐진 테다와 포항 스틸러스 경기의 원정 모습을 좀 담아 봤습니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어서 특별히 관광을 할 시간이 없었으니, 회사로 치면 출장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포항 스틸러스는 원정경기임에도 너무나 멋진 경기를 펼쳤고
10년이 넘게 알아왔던 지인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나들이 였습니다.

천진 도착하자 마자 점심먹으러 간 곳. 이곳 상가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예약되어 있었습니다.
(뒤 돌아보는 선글라스 - 유영운, 오른쪽 아래에 큰 뒤통수 - 반우용)

천진의 명물 과자가 바로 꽈배기랍니다 (먹어보지는 않았음)


점심으로 먹은 음식들입니다. 일명 현지식...점수를 메기자면 50점 이하...
맛 딸리고, 가게 어수선, 바닦에 휴지와 쓰레기... T.T
좀 느끼하기는 해도 저는 나름 맛있게 먹었습니다만... 동행한 사람들 중에서 여자들은 거의 못 먹었습니다.
남자들은 그래도... 고량주를 한 잔 곁들이면서 잘 먹더군요.
삼겹살과 정체불명 야채 삼겹살과 야채볶음 느끼 달짝 생선

상당히 짠 콩요리 달고 느끼한 제육볶음 만두가 만두가 아녀

그리고...
중국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칭따오 맥주!

중국 사람들이 우리처럼 차게 먹지 않기 때문에 2% 부족한 맛이긴 했지만
역시 맛있는 맥주입니다.

이 놈이 없다면 느끼한 중국 현지 음식들이 목을 타고 넘어가기가 그리 쉽지 않았을 듯 하네요.

낮부터 술을 마시는게 좀 그렇긴 하죠?

저는 살짝 맥주 한두잔만 마셨지만, 옆 테이블에서는 점심부터 고량주를 거나하게 마셨지요. ^.^




개중에서 제가 비교적 맛있게 먹은 놈은 요놈!

생선 껍질 같기도 하고, 돼지 껍데기 같기도 하고... 흐물흐물한 것이 처음에는 좀 이상한 것 같지만 꽤 맛있게 먹었습니다.

칭따오 맥주와 함께, 안주로 먹으니까 상당 괜찮았습니다.
(도대체... 이 음식의 정체가 궁금하네...)




점심 식사 후에 천진의 고문화거리, 그리고 천진타워를 돌아봤습니다.

고문화거리는 그냥 그렇고... (인사동을 기대한다면 상당히 낭패 T.T)
천진타워에 올라가면 천진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괜찮았습니다.
입장료 내면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4백 몇십미터라던가?)

고문화거리는 그냥 기념품 파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골동품은 없다고 하네요.


둥그렇게 보이는 것은 베이징 올림픽 하키 경지장이랍니다. 천진 시내의 모습. 우리나라의 대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죠?


천진에도 한국 상점들 모여 있는 곳이 있습니다.
가이드를 따라 움직였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는 모르는데...  심지어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베트남 쌀국수' 가게도 있더군요. ^.^

점심 식사 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저녁 8시 경기라서 경기 끝나고 식사하기는 어려울 듯... 좀 이른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한식이 더 잘 넘어가지요 ^^



저녁식사 후에 경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5시 30분쯤 출발을 했는데... 경기장이 천진 시내에서 상당히 멀더군요.
그냥 먼게 아니라, 아예 다른 도시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죠. '테다(TEDA)'라는 곳이 천진의 기술경제개발특구, 즉 신도시라는 것!
포항으로 치자면, 포항 시내에서 저녁먹고 경기보러 경산으로 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테다는 아주 잘 지어진, 모든 것이 새것처럼 느껴지는 신도시입니다.
경기장 역시 상당히 훌륭한 축구 전용구장이었습니다.
테다 축구단이 소유한 자기네 경기장이라니... 놀랍습니다!

경기장 도착하니까, 먼저 도착한 반가운 포항 서포터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원곤, 현정, 혜성, 혜진... (이상 가나다순^^)
원곤이랑 현정이는 우리보다 먼저 출발했고, 혜성/혜진 쌍둥이 자매는 나름 현지인입니다. ^^


도착한 시간은 경기시작 1시간 전.
현지에 있는 포스코 관계사 및 테다 축구단의 배려로
저희는 전용 출입구를 통해서, 그리고 따로 준비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예정된 서포팅 위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안전상의 이유로... 2층 맨 꼭대기 구석탱이에, 공안들이 폴리스 라인을 친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2층에는 거의 사람이 없어서, 좀 더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처음에는 공안들이 꿈쩍도 안했는데... 계속해서 이야기 하니까 공안들도 함께 움직여 주더군요^^

이러는 사이에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 등장!
이때까지는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홈팀의 관중들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모습을... ^^


경기장 코너에 설치된 선수들의 브로마이드가 멋지군요. 스틸야드에도 있으면 좋겠죠? 테다의 서포터들이 슬슬 모이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닌듯합니다.



자... 상황은 열악하지만 우리도 본격적으로 전투준비 들어갑니다.
얼추 눈대중으로 보니까 관중이 1만명을 넘을 것 같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포항 서포터 5명, 구단 프런트, 함께 원정에 참가한 포항 어른들... 합이 15!
그리고, 현지의 교민들과 포스코 관계사 직원, 유학생들이 100명쯤.

대략 100대 1만의 싸움이 될겁니다.

하지만... 서포팅을 해 보신 분들은 알겁니다.
100명이 제대로 조직력 발휘하면 1만명 휘어 잡는거 일도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 원정에 함께 참여한 포항 서포터들은 나름대로 서포팅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들입니다. ^^

큼지막하게 포항 스틸러스의 존재를 알리는 통천을 크게 펼쳐놓고, 1-2층 난간에는 걸개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슬슬 전투모드로 전환... ^^
통천 설치 포항에서 오신 열렬형님 전투포스 열혈누님



그리고, 우리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현장 메인 리딩을 담당했고, 수 많은 해외 원정 경험이 있는
서포터스계의 홍명보
포항 서포터스가 배출한 붉은악마의 국가대표급 응원리더...

유영운 선수!

그의 손에 의해... 짧은 시간에 100명의 막강 서포터스가 만들어집니다.

유영운 리딩, 김원곤 탐돌이. 경기에 앞서서 함께 참여한 교민들과 유학생들을 서포터로 변신시키고 있습니다.


드뎌 경기 시작!
우리 포항 선수들 넘 멋지게 경기합니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원정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멋진 플레이!!

드디어 Kick-Off 김기동선수, 칼날 프리킥


이날 만큼은 경기장에 모인 모두가 막강한 서포터였습니다.
한 마음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 100명이 1만명쯤은 확실히 제압한다는걸 보여줬습니다.
처음 서포팅에 참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모두다 한 마음... 90분을 쉬지 않고, 목이 터지고 뱃가죽이 찢어지도록...
선수들과 서포터스가 함께 경기를 했습니다.

우리 선수들... 11대 1만으로 싸운게 아니라, 그날 만큼은 1만대 1만으로 싸울 수 있었습니다.


* 여기서부터 경기 끝날때 까지는 우용이가 찍은 사진입니다.
저도 서포팅을 해야 했기 때문에... ^^

이번 원정 패키지를 구성한 붉은악마 해외원정의 달인 반우용 선수.
2006년 독일 월드컵 원정단을 이끌기도 했지요.
비록 부산 서포터지만, 이날 만큼은 포항을 위해 여러가지로 고생이 많았습니다.



리딩 유영운 탐돌이 김원곤



후반전에... 관중석이 살짝 술렁거렸습니다.
선수들은 플레이로 압도하고, 100명의 급조된 서포터스가 광란의 서포팅을 하니까
테다 관중들이 좀 거슬렸던 모양입니다.

일부는 우리보고 잘한다고 하고, 일부는 자기들끼리 뭐라뭐라하면서
자발적으로 테다팀을 응원하기 시작하더군요.
(나중에 들으니... TV에서 포항 응원하는 소리만 들렸다는... ^^)

갑자기 우리앞에 등장한 카메라맨 아랫층의 관중들. 술렁술렁...


경기는 아쉽게도 0 대 0, 무승부!
데닐손 선수의 결정적인 슛이 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순간, 저도 함께 튕겨 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를 보여준 포항 스틸러스였습니다.
경기를 마친후 선수들이 서포터스쪽으로 와서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김형일 선수, 경기중에 몹시 분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상대팀에게 뭔가 발렸을까요? 아니면,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을까?
승리를 얻지 못해서 너무 분했을까?
서포터스에게 인사하는 순간에도 너무 어둡더군요.

이기지는 못했지만, 선수들도 서포터스도 최선을 다한 경기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충분히 멋지고 만족스러운 경기였습니다.

맨 오른쪽, 김형일 선수. 어깨 펴고 멋지게 웃어주라 ^^

공안들 뒤에 머플러를 펼치고 있는 현정이. 너두 인상 펴라... ^^



....

자... 그리하야...
서포터스로서의 공식적인 경기는 딱 요기까지!

포항에서 올라오신 어른들은 일찍 잠자리에 드셨고...

비록 밤이 많이 늦었지만,
마침 송청운님이 텐진에 와 있어서 텐진 시내로 한 잔 하러 나갔습니다.
(송청운님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축구전문 기자입니다. 한국 축구를 중국에 알리는 '한국축구통'이기도 하고, 반대로 중국 축구를 한국에 알리는 한국의 '중국축구통'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6년에 중국 갔을 때도 청운이가 많이 도와줬었는데
이번에도 심양에서 천진까지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다들 피곤하고 지친 상태, 늦은 시간 시내로 이동하느라 짜증만땅.
그래도 마실건 마셔주는 우리들... ^.^

청운이가 미리 자리를 잡아 놓은 가게.
텐진의 고유한 음식점인데, 안주 맛이 좋다고 합니다.

청운이는 중국의 지인들과 먼저 한 잔 하고 있었고... 우리는 어렵게 어렵게 가게를 찾아 갔습니다.

매우 어렵게... 너무 어렵고 오래걸리고... 길 못찾아 헤메고... 몸은 피곤하고... 짜증나 미치기 직전에 도착!!!


이 가게... 끝내주는 음식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투박하고 소박한 현지 음식이고, 우리 입맛과 살짝 다르지만...
정말 최고의 밥상이었습니다.
더구나... 술 안주로는 이만한게 없더군요.

먼저 탕 3종 세트 ^^ (이름은 모릅니다.)
향채(샹차이) 맛이 약간... 요놈... 구수한 샤브샤브 국물맛! 속에 들어있는 쇠고기 짱!

그리고, 내가 엄청 좋아하는 중국식 꼬치들!
(저랑 우용이랑... 경기 끝난 그 순간부터 양꼬치에 술한잔 하자고 노래를 불렀지요 ^^)

이게 아마... 소 힘줄? 양고기, 소심장 등등 앗! 첨 먹어보는 생선꼬치다!


무엇보다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요놈!

청운이와 함께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중국분들이 준비해 놓은 술입니다. (천진의 아마추어 축구에 관계된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요 놈...

알콜 65% !!!

이 놈이 몇 잔식 돌아가면서, 한국과 중국의 국경이 무너지고... 서포팅으로 맛이 간 목소리가 다시 돌아오고... 지친 몸에 에너지 재충전.

분위기 급반전, 밤이 깊어도 깊어도...

(요 놈... 짱입니다. 상당히 많이 마셨는데, 다음날 뒤끝 없고 머리도 아프지 않습니다. 이 술... 한국에서는 살 수 없나?)





배도 채우고 술도 마시고...
이제부터는 한중 축구문화 교류의 시간입니다.

현정이. 중국 아저씨들한테 인기 짱! (본인은 별루?)

중국 여성들과 한 컷! 포항 스틸러스 프런트 막내 박준형, 그리고 탐돌이 김원곤!!

포항 스틸러스 류호성 팀장도 함께. 현정, 우용, 영운, 원곤... (이 사람들... 웃고 있지만 지금 완전 만취상태입니다. 류호성팀장 눈 상태 아주 안좋습니다 ^^)

저도 한 컷. 청운이랑(오른쪽), 그리고 청운이가 아는 형이라는 중국 아저씨^^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2시간 밖에 못잤고, 다음날 아침에 엄청 어려웠지만...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원정에 나섰던 모든 분들 고생 많으셨고
그날 저녁에 만났던 중국 친구들도 모두 반가웠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