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스위스:우크라이나, 편안한 마음으로 봤습니다.

2006. 6. 27. 09:26월드컵 여행 - 2006 독일/9.쾰른

6월 26
저는 이미 작년에 팀 티켓 패키지로 TST-5 패키지를 구입한 터라서
비록 우리는 16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예정된 대로 쾰른에서 조 1위 팀(스위스)의 16강 경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참고] TST-5
TST : Team-Specific Ticket
한국팀을 기준으로 조별예선 3경기와 16강전, 8강전까지 총 5경기를 볼 수 있는
티켓 패키지를 TST-5라고 합니다.
TST-6는 준결승까지, TST-7은 결승전까지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자기 팀이 예선에서 탈락할 경우에는
조1위 팀의 경기가 배정되며, 이후에는 토너먼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승리팀의 경기가 자동으로 배정됩니다.

경기를 보러 떠나기 전에
히딩크 아저씨의 호주팀이 막판까지 선전했으나
후반전 추가시간에 패널티킥을 내주면서 호주에 분패하고 맙니다.
(아쉽지만... 히딩크 아자씨... 대단하죠?)

경기장으로 가는 길에는 국기를 휘날리고 크락숀을 울려 대는
이탈리아 차들이 휭휭 지나가면서
오늘이 자신들의 승리의 날임을 알리더군요.

승자의 퍼레이드


경기장가는 전철은 생각보다 덜 붐볐습니다.
그래도, 종종 스위스 팬들이 전철에 탔고
우크라이나 팬은 보기가 힘들더군요.

그러던 중에 한 명이 탔는데, 등짝에 'SHEVCHENKO'라는 이름이 딱 박혀있습니다!
스위스나 우크라이나나 어느쪽도 응원할 생각이 별로였는데...

"그래! 오늘은 셰브첸코의 플레이를 즐기자!"

오늘은 셰브첸코 보는 날!



경기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이번 스위스:우크라이나 전에 특수 입무로 투입된 경찰이 있더군요.
총차고 선글라스끼고 오토바이를 타고 입장객 사이를 유유히 누비는 특수경찰!

오늘 셰브첸코 보다도 인기 더 많았습니다!



티켓을 들고 막 입장을 하려는 찰나!
어디선가 생일축하 노래가 들려오고...
두 명의 남자가 친구에게 노래와 함께 생일 선물을 전달합니다.
생일인 듯한 남자는 무릎을 꿇고 감사히 선물을 받는데...

축구팬에게 최고의 생일선물. 입장권과 스위스 국기!



스위스나 우크라이나나 16강 진출이라는 1차적인 목표를 달성한 탓인지
오늘은 양쪽 팬들 모두 여유가 가득합니다.
특히 스위스 사람들은 갖가지 기묘한 차림으로 등장을 하는데... ^_^

우크라이나 미녀와 스위스 콘돔. 응큼한 손길과 씁쓸한 미소.. 안어울림


텔레토비와 스위스 콘돔 - 제대로 어울림


이미 경기장 입장하기 전부터 예상되었지만
경기장은 완전 스위스의 홈입니다.

대략 빨간색 (군데군데 흰색, 약간의 노란 무리)


빨간 의자를 보는 듯한... 다른 블록과 달리 조용히 관전하는 스위스 유람단 (정체가 뭘까?)



우크라이나도 있긴 있습니다! 열심히 응원합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가 아닌 필연의 만남!
제가 TST 패키지로 티켓을 샀듯이
한국팀의 TST 패키지 티켓을 산 프랑스 아저씨가 있었는데...
TST 티켓들은 좌석을 몰아서 배정하는 모양입니다.

이 아저씨...
프랑스 팀의 TST 티켓을 살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되어서
대신 한국팀의 TST 티켓을 샀답니다.
프랑스가 조1위, 스위스가 2위로 16강에 올라갈거고
그러면 한국팀의 TST 티켓으로 16강부터는
조1위인 프랑스 경기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프랑스가 조2위를 하는 바람에... 결승전이 아니면
더 이상 프랑스의 경기를 볼 수 없게 되었네요.^^

프랑크푸르트에서부터 지금까지...
모든 경기를 제 옆자리에서 관전했습니다..
당근... 프랑스와의 경기도 함께 봤지요.

이제는 경기장에서 만나면 서로 아는척도 하고...
저에게 와이프와 아이는 어디갔냐고 물어보고...
저는 가방에서 기념품으로 '투혼' 밴드를 하나 선물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이탈리아의 8강전 때도 또 만나겠죠?



하지만... 우리 앞 자리에 복병이 있었으니...
키가 190쯤 되는 등빨 만땅의 아저씨가 머리에 모자까지 쓰고
옆에 있는 친구와 함께 떡 버티고 서있습니다.
산 하나가 앞에 있는 것 같더군요.
경기내내 그 덩치 피해서 경기보고 사진찍고... 쩝!

잘 안보임... 시야장애석!


.....

경기는 뭐...
특별히 간절하게 응원하는 팀이 없어서 그런지
예상했던 대로 셰브첸코만 눈에 들어오더군요.
별로 뛰지도 않고, 자기 구역이 아니면 수비가담도 별로 하지 않는데...
일단 발끝에 공이 걸리면 무서운 선수가 되더군요.

전반전에는 멋진 골을 기록할 뻔 했는데...

요거... 들어갈 수 있었는디!



하프 타임에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프리스티지 박스를 슬쩍 넘겨보았습니다.
(1등석보다 좋은... VIP석이라고 해야하나?)

역시나... 번쩍번쩍하고 레스토랑 같은 것도 있고... 좋아 보이네요 ^^

내게도 언젠가 이런데서 축구볼 날이 오겠지...



(경기 내용은 이하 생략! 별거 없었습니다... 우리하고 할때는 스위스 방방 뜨더만... 쩝!)

...............

경기는 연장전까지 가고도 승부를 못내서
승부차기에 들어갔습니다.

스위스는 연짱으로 승부차기 실패...
스위스 팬들의 얼굴이 굳어지고...

승부차기 미스하는 순간 너무 침울한 이쁜 아가씨...



반면... 분위기 파악 못하고 사진빨 신경쓰는 개념없는 아자씨!



결국... 스위스는 패하고...
팬들은 절망과 슬픔에 잠깁니다.



하지만...
스위스 선수들도, 그리고 팬들도 모두 하나가 되어 열심히 뛴 경기였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뛴 선수들도, 그리고 스탠드의 팬들도
서로 당당히 위로하며, 또 서로에게 감사하면서
스위스의 월드컵 나들이도 여기서 마감을 하는군요.

서포터들 앞에서 아주 오래도록 감사의 박수를 보내더군요.



선수들의 감사에 팬들은 다시 잃었던 힘을 내고...



힘찬 목소리로 다시 깃발을 흔들며 그들을 격려합니다.



이렇게 서로를 아낌없이 격려하고 감사해하는
아름다운 장면이 있는가 하면...

맨 뒤쪽 스탠드에서 얍실하게 좋아하는 프랑스 애덜도 있고...



뜬금없이 베트남 팬이 보이면서, 요럴때 꼭 빠지지 않고 개념 없이 일장기 두른 일본팬들도 있습니다. ^^


.....

내일은 도르트문트에서 브라질과 가나의 16강전을 볼 생각입니다.
이 경기도... 편안한 마음으로, 큰 긴장 없이
재밌게 지켜보고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