쮜리히, 케냐행 비행기 탑승 대기중

2010. 5. 17. 15:18월드컵 여행 - 201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1. 케냐

스위스 쮜리히에서 나이로비 연결편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려 12시간의 대기시간이라는! 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

비행기란 것이 대단히 빠르고 편리하긴 하지만 저한테는 무척 맞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이번에 저는 케냐 나이로비로 가기위해 프랑크푸르트-쮜리히를 거치게 되었습니다.
긴 여행길이지만 보너스 항공권으로 가는 길이니까 크게 불만은 없지요.^^
지난 2006년에 육로로 프랑크푸르트까지 가는 데 20일이 걸렸던 길을 비행기는 11시간 만에 끊어주니까 빠르긴 빠르지요.
비행하는 동안... 기내 스크린에 표시되는 항로 정보를 보고 있자니 새삼 2006년의 육로 여행길이 생각나더군요.
어느새 친숙해져 버린 지명들... 베이징, 울란바토르,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모스크바, 민스크, 바르샤바...
(이건꼭 제가 육로로 같던 그 길을 비행기로 되짚어 가는 것 같더라구요.^^)

비행기 여행... 빠르고 편리함을 위해 자유를 좀 포기해야 하지요.
저에게는 극히 작은 공간만이 주어지고, 이동할 수 있는 최대 거리는 50미터 정도.
담배를 피울 수 없으며 창문을 열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없으며, 손바닥 두 개 정도의 쪽창을 통해서만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타고 내릴 때는 온갖 거추장스러운 검사와 의심을 받아야합니다.
비싼 위성 전화기가 있긴 하지만... 통신도 많은 제한을 받습니다.
이동하는 동안의 즐거움을 포기해야합니다. 창 밖을 보면서 이국적인 들판과 집과 마을을 느끼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나쳐가는 것을 볼 수 없으니까요.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비행기 여행은 저에게 훌륭한 식음료 서비스와 친절한 교도관들이 있는 11시간의 교도소 여행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배부른 소리겠지요?
아프리카에 도착해서 피곤에 쩔고 불편함에 몸부림쳐 봐야...
아~~~~~~ 이래서 돈 많은 사람들이나 정치인들이 육체노동 대신에 간간이 교도소에 가는구나.... 할지도모르지요.^^

아프리카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조금 있다가 쮜리히발 나이로비행 8시간짜리 감옥에 잠시 수감되어야 하겠네요.^^

누가 면회라도 와 줬으면 좋겠는데... 입맛이 싹 돌게 마눌님께서 사식이라도 들고 왔으면 좋겠는데...
그건 안된다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