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홍명보 vs. 주장 박주영

2014. 3. 5. 22:13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스포츠 팀에서 주장은 참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필드의 야전사령관으로서 경기 내내 선수들이 투지와 에너지, 평정심 등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도 중요하고,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을 통솔하고 하나로 이끌어 내는 조정자 역할도 해야합니다.

실력이 뛰어나야함은 물론이고 기복없이 거의 모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자기관리와 냉정함도 뒷받침 되어야하구요.


박지성 이후 한국 대표팀의 주장은 그 역할과 색깔이 조금은 애매합니다.

전임 최강희 감독이 중도하차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에는 확실한 주장이 없었다는 점도 포함될것 같습니다.

해외와 국내파의 문제, 기성용의 감독에 대한 불신과 그 부분을 내부적으로 제어하지 못한 점, 경기 결과가 좋지 못했을 때 그것을 이겨내는 팀 분위기, 경기가 안풀리는 선수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에 대한 격려와 위로 등...

이러한 것들은 감독이 하는 역할 못지 않게 주장이 뒤에서 해 내는 역할도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강희 감독 후임으로 홍명보 감독이 왔습니다.

전술적인 믿음이나 완성도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으며, 선수 구성에 있어서도 설왕설래 말이 나오기도 하지요.

그러나, 일단 선수단의 분위기나 통일된 기강, 흔들리지 않는 정신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왜?

홍명보 감독이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홍명보 감독은 감독이 아니라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고 보입니다.

말 그대로 영원한 주장이고, 그의 스타일 또한 "캡틴 홍명보"의 틀이 아주 강합니다.

감독으로서의 전술이나 팀 빌딩은 여전히 확실한 돌파구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주장 같은 감독의 역할은 잘하고 있는것 같구요.


저는 박주영을 볼 때, 그가 박지성의 후임 주장을 잘 해냈으면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스트라이커로서의 박주영에 대해서는 솔직히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소속팀 경기를 뛰지 못한다는 핸티캡이 있긴 하지만 그의 실력은 믿습니다.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들도 함께 수행할 수 있으며, 개인의 능력으로 골 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고, 결정력도 높습니다. 게다가 골로 연결될 수 있는 좋은 프리킥도 가지고 있고 경기 경험도 풍부합니다.

한 두 명을 꼽을까 말까한 우리나라 대표팀 스트라이커에서 박주영을 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묻고 싶습니다.


이번 그리스와의 평가전...

열심히 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타고난 그의 감각과 실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오랜 시간 실전을 많이 소화하지 못한 핸디캡은 분명히 있을겁니다.

골을 넣을 수도 있고 못 넣을 수도 있습니다. 기대만큼의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구요.


저는 그런것 보다는 주장 같은 박주영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수준있는 실력과 강인한 멘탈, 필드에서의 리더십으로 우리 팀의 플레이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선수로서의 경험과 선수단 내에서의 위상, 형님으로서의 존재감 등을 모두 고려해 보면 박주영이 가장 그 임무에 적합해 보입니다.

개인의 실력과 득점력을 보여주는 것 못지않게, 아니 그것보더 중요하게... 앞장서서 팀을 이끌고, 팀을 위해 희생하고, 팀의 부족한 부분을 위해 한 번 더 에너지를 끌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주장 같은 감독 홍명보가 해 낼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 손흥민 같은 실력파 동생들도 하지 못하는 역할이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박주영의 캐릭터는 주장과는 좀 멀리 떨어져있기는하지요.

하지만... 팀의 고참으로서, 경험이 최대 약점인 우리팀의 사정상 그러한 역할은 꼭 필요합니다.

어색한 자리이고 평소에 잘하던 보직이 아니겠지만, 필요에 의해 역할이 주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그 역할을 할 사람이 박주영 외에는 딱히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주장이 살아 있는 대표팀의 모습, 다시 한 번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