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가 네쿠남을 막고, 그럼 이명주는 누가 막지?

2013. 6. 14. 23:52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이명주에 대한 찬사가 난리도 아니네요. ^^

포항 스틸러스의 팬 입장에서는 꼭 내새끼 잘난것처럼 기쁜 일이지요.

 

그런데... 포항의 팬들은 진작부터 한 건 터트릴 놈이란거 알지 않았나요?

오히려 저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수비력과 활동력은 보여줬지만 중거리 슈팅, 득점감각, 파고드는 공격력은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도 있고

왜 그 자리에 황지수와 황진성은 없었는지 그것도 아쉽습니다.

(만약 황지수가 소집 직전에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이명주가 받았던 찬사를 황지수가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마지막 이란과의 경기에도 이명주가 나설 것 같죠?

파트너로 김남일이 나오든 한국영이 나오든, 우즈벡전과 마찬가지로 이명주는 좀 더 공격적으로 넓게 움직이고 그의 파트너는 상대적으로 수비에 좀 더 치중하는 모양이 될 듯 합니다.

포항에서 이명주-황지수가 만들어내는 그림과 아주 유사하지요.

 

아니면, 이명주가 좀 더 수비적인 역할을 하면서 김보경이 그 앞에서 공격을 풀어 나갈 수도 있구요.

이 장면도 포항에서 신진호-이명주 콤비가 짭짤하게 재미를 보여줬던 모습이구요.

결국... 어떤 그림으로 가든 이명주에게는 전혀 낯선 상황이 아니지요.

스스로 오버하지만 않는다면, 늘 하던대로만 한다면 별 무리없이 소화할 듯 합니다.

 

이명주의 핵심 경쟁력은 뭐니뭐니해도 활동량입니다.

(한 마디로 카메라에 많이 잡히는 선수지요. 하프라인 근처에서 문전으로 프리킥을 올리고, 그 공이 혼전중에 뒤로 흘러나올 때 다시 페널티 에리어 근처에 나타나는... ㅎㅎ^^)

상대 공격이 시작되면 바로 달라붙어서 1차로 저지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다른 동료에게 패스를 하던가 1대1로 이명주를 돌파하든가 해야겠죠.

이명주 입장에서는 최대한 상대가 돌파하지 못하게 해야하고, 상대의 패스 타이밍을 죽여서 공의 전진 속소를 늦춰야합니다. 만약 이게 여의치 않고 우리팀에 불리한 상황이 된다면 반칙으로라도 끊어야겠죠.

 

보통의 경우라면 여기까지인데...

이명주만의 독특한 무기가 두 개 더 있습니다.

 

하나는, 집요한 압박과 공을 따내기 위한 투쟁!

일단, 자신의 사정권에 든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달라붙습니다. 기다리거나 물러서지 않지요.

상대가 자신을 돌파하고 나가든 아니면 패스를 하든... 만약 공이 이명주가 도달할 수 있는 반경내에 있으면 계속해서 달라붙습니다. 그러니까, 상대방을 저지해서 속도를 늦추는 1차적인 미션뿐만 아니라, 그 후에 공을 따내기 위한 플레이를 계속해서 이어갑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이명주를 피해 다른 선수에게 패스를 했다고 치죠.

아마 그 패스를 받은 선수쪽에 있는 우리 선수 누군가가 수비를 위해 다시 접근하겠죠?

바로 이때 이명주까지 가세하면서 상대방이 고립되는 모습을 포항 경기에서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명주 같은 스타일의 선수를 앞에 두고 롱 패스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바로 간격을 좁히면서 달라붙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볼 처리를 빨리 하던가, 그게 여의치 않으면 가까운 선수에게 백패스나 횡패스를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요약하면, 1차 저지선의 역할이라는 수비형 미들의 기본업무에, 공을 따내기 위한 2차 플레이가 아주 좋다는 것이 하나의 장점이지요.

 

네쿠남... 이명주에게 막히겠지요? ㅎㅎ

막히거나, 고전하거나.... ㅎㅎ 편하게 두지는 않을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명주의 장점이 또 하나 있으니...

공을 뺏은 후의 플레이입니다.

대개는 공을 뺏은 후에 주변의 동료에게 넘겨주지요. 포지션 특성상 측면의 선수들이나 바로 앞의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넘겨줄 확률이 높겠지요.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수비형 미들의 플레이 형태입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해서... 가끔씩 직접 공격을 전개할 때가 있습니다.

본인이 치고 들어갈 때도 있고, 포워드에게 바로 공을 배달할 때도 있고, 2대1로 주고 받으며 치고 들어갈 때도 있습니다. 수비형 미들이라면 대개 이렇게 하지요.

 

수비형 미들이 공을 채는 순간 바로 위협적인 역습이 되기 위해서는 빠른 판단과 정확성이 생명입니다.

이명주는 이 과정이 상당히 빠르고 정확한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 효과가 곧바로 공격 효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이명주를 막아서는 상대 수비가 한 발 늦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상대 수비는 우리 공격수를 커버하기에도 바쁘니까요. ^^)

한 경기에서 이런 장면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한 번 나오게 되면 아주 좋은 득점 찬스가 만들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란 입장에서 볼 때 네쿠남이 이명주에게 막히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수비의 특성한 90분 내내 100% 틀어 막기는 힘들겠지요.

그리고, 네쿠남 정도의 선수면 수없이 막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자기네 공격은 살려나갈 역량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90분 중에 한 번이든 두 번이든, 위에 설명한 것처럼 이명주가 상대방을 차단해서 역습 기회를 잡았을 때... 누가 이명주를 막을까요?

 

대개는 없습니다. 아마 이란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명주가 한국의 핵심 플레이어가 아닌 마당에 굳이 이명주를 차단하기 위해 힘을 분산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작정하고 수비만 하는 팀이 아닌 이상, 상대편 수비형 미들을 막기위해 수비력을 집중하는 팀은 없으니까요.

물론 조심은 하겠지요. 이란 대표팀의 기록을 살펴봐도 수비력이 탄탄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요.

하지만, 어쨌든... 공격수들이 견제받는 것에 비해서는 운신의 폭이 좀 더 있을겁니다.

 

어찌보면 약간의 차이입니다.

공격수들처럼 파괴력 넘치고 세밀한 공격력을 가진 선수는 아니지요.

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로서는 충분히 차별성이 있는 공격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게다가 수비 역량이 떨어지는 선수도 아니구요.

수비해서 막는 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수비 성공이 곧바로 반격으로 이어진다는 작은 차이지만...

분명히 이명주만의 경쟁력 있습니다.

공격수들에 비해 전방에서의 세밀함이나 크로스, 돌파능력이 조금씩 떨어지더라도 수비형 미들이라는 포지션 특성상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공격능력이 있습니다.

 

우리 수비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명주의 그런 장점은 잘 나타나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우리 수비가 어느 정도 받쳐주거나, 반대로 이란 미드필더들이 약간의 느슨함을 보인다면

우즈벡전과는 또 다른 이명주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을겁니다.

새로울 것이 없는...  포항에서는 너무나 흔한... 황지수와 황진성이 함께한다면 이런 장면은 수도 없이 나옵니다.

이명주가 꾸준히 대표팀에 뽑히고 시간만 제대로 주어진다면 언제든 보여줄 수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생각보다 상당히 빨리 왔네요.

이것도 이명주의 복이고, 또한 그의 실력이겠지요.

 

구자철은 공격수로도 손색이 없는 득점력과 돌파능력이 있고, 기성용은 힘과 높이와 날카로운 킥과 나이에 비해 풍부한 경험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항할만한 이명주의 무기는 활동량이 될텐데, 아직은 우리보다 강한 상대와의 경기에서 그의 활동량과 기량이 어느정도 파워를 가질지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이란 또한 지금까지 이명주가 상대했던 국내외 팀들에 비해서 수비력이 좋은 팀일 것이니,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겁니다. 이 부분을 채워나가고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은 앞으로 이명주의 책임이겠지요. 감독과의 궁합 잘 맞는다면 좀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될테구요.

 

포항에서는 1년 넘게 발을 맞춰온 동료들이 있지만, 대표팀의 이명주는 어쨌든 신인이고 낯선 존재입니다.

실력을 떠나서 처음 만나는 그들과 온전한 파트너십을 만드는게 우선이겠죠.

그리고, 경험도 더 쌓아야하고 꾸준한 기량을 보여주면서 감독과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도 필요하구요.

다행히 그 첫 고비를 너무도 훌륭하게 넘겨주었기에...

이번 이란전에서도 한 번 기대를 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