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준비가 가장 맘에 들었던 곳, 포르투 알레그리

2014. 6. 26. 22:18월드컵 여행 - 2014 브라질/8.포르투 알레그리

상파울루, 리오 데 자네이로, 쿠이아바, 쿠리치바, 포르투 알레그리!

제가 경험했던 개최도시 중에서 월드컵 준비가 가장 잘 된 도시를 꼽으라면 포르투 알레그리(Porto Alegre)를 꼽을 수 있겠네요. 한국:알제리 경기가 열렸던 바로 거기... 우리가 2대4로 개털린 바로 거기죠 ㅠ.ㅠ

(최악의 준비 도시는 쿠이아바! 심하게 깎아 내린다면... 쿠이아바가 8년동안 월드컵을 위해 준비한 것은 딸랑 경기장 뿐입니다.)


사실 알제리와의 경기만 제외한다면 포르투 알레그리는 한국팀에게 너무나 완벽한 도시였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쿠이아바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편안함을 느꼈으니까요.


제일 먼저, 한글로 된 환영 표지판이 반가웠습니다. 한글뿐만 아니라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경기를 하는 각 국가의 언어로 Welcome Message를 표시해 주는 포르투 알레그리의 첫 인상부터 친근함이 느껴졌습니다. 어려운 일 아니죠. 작은 마음 씀씀이가 이렇게 반가운 것이지요.





그리고, 공항 로비에는 월드컵 손님을 위한 인포메이션 데스크를 운영했습니다. 브라질에서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는 일 중 하나가 언어문제입니다. 공항의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도 좀처럼 영어가 통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상파울루 같은 대도시조차 마찬가지구요. 그나마 항공사 직원들이 영어를 잘하는 편이어서, 나중에는 급한 일이 있으면 공항 직원이 아닌 항공사 직원들에게 물어보는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지요.

그런 상황일진대... 포르투 알레그리 공항에서는 도착하자마자 영어로 모든 안내를 받을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제가 영어를 잘한다는 말은 아니고...^^ 띄엄띄엄^^)


인포메이션 데스크의 태도도 맘에 들었습니다. 외국에서 온 낯선 여행자임을 고려하여 지도를 펴 놓고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면서 숙소까지 가는 버스 노선과 차비, 내릴 정류장의 위치와 주요 랜드마크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더군요.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을 받는 오피셜 택시를 이용하라고 하더니, 그거 비싼거 같다고 하니까 "환전 하실래요? 커미션 안받을께요" 하는 식의 장삿속에 기분이 별로였습니다.)


그런데... 포르투 알레그리의 월드컵 안내 데스크이 헬퍼가 한국에서 왔냐고 묻더니... 

"혹시 한국어로 된 시티 가이드 필요하세요?" 


사실 저를 포함해서 포르투 알레그리를 찾는 대개의 한국 사람들은 경기를 보는 것 외에 도시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경기를 본 후에 잽싸게 다른 도시로 이동할 생각들을 할 뿐이었죠. 아마 다른 나라의 축구팬들도 마찬가지였을거라 생각합니다.

포르투 알레그리 측에서도 그런 사실을 짐작하지 못하진 않았겠죠. 그럼에도... 참가국의 언어로 번역된 시티 가이드를 준비했다는 사실이 매우 고마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친근한 환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 안내서이지만 필요한 내용들도 제법 잘 정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포르투 알레그리.

사실 낯선 도시지요? 아마 이번 월드컵이 아니었다면 별로 관심을 가질만한 도시고 아니고 그냥 모른 채 지나갔겠죠?


그렇다면...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이 축구팬이라면, 그레미오(Gremio)와 인테르나시오날(Internacional)이란 축구 클럽은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요? 브라질 리그의 챔피언을 지낼 정도로 유명한 팀이니 축구판에서 풍얼이라도 좀 얻어 들었다면 친근한 이름일거라 생각합니다.



 



네, 그래요. 그 두 팀의 연고 도시가 바로 포르투 알레그리입니다. 푸른색으로 상징되는 그레미오, 그리고 붉은 색으로 상징되는 인테르나시오날!

한국:알제리 경기가 열리던 날, 스탠드에 유난히 붉은색이 많았던 것은 인테르나시오날의 팬들이 그들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개최도시에서는 대부분의 브라질 사람들이 노란색의 브라질 컬러 차림으로 경기장을 찾았던 것과 많은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물론 노란 셔츠를 입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단순히 자기 팀에 대한 애착만 아니었을겁니다. 자기들의 팀과 같은 색깔을 가진 한국팀에 좀 더 친근감을 느꼈고, 그것을 자기팀의 색깔로 받아들이고 표현해 준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자기가 영혼을 바쳐 사랑하는 하나의 클럽을 가진 서포터라면 그 마음을 알겁니다. 단지 색깔이 같다는 이유만으로도 금새 받아 들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거든요^^




경기장까지, 그리고 경기장에서의 동선 유도도 참 능숙하게 진행했습니다.

시내 중심가의 메인 도로 한쪽을 완전 차단해서 팬들이 자유롭게 도보 행진을 하며 기분을 만끽하게 해 주었고, 경찰들도 그쪽으로 팬들의 발길을 유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확실히 즐길 수 있는 범위를 마련해 준 후에 통제를 하는 것이죠. 덕분에 팬들은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시내 중심가에서 마음껏 자기 팀을 응원하면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아마, 포르투 알레그리를 연고로하는 그레미오와 인테르나시오날이라는 명문 팀 경기를 수없이 치르면서 도시 자체가 큰 경기를 관리하고 운영하고 즐기는 방법을 이미 터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쿠이아바에서는 팬 페스트 장소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찰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ㅠ.ㅠ)


경기장에서는 위엄 있는 기마 경찰들과 무장 경찰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시위용이죠.

경찰이 여기 있다. 우리는 힘 쎄다. 여차하면 바로 뜬다.

두려운 사람들은 안심하시고, 까불려는 놈들은 조심하거라!

뭐, 일종의 이런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독일 월드컵 때 이런 모습을 보았습니다. 군기가 제대로 잡힌 기동대가 진압용 슈트를 제대로 차려 입은 채 팬 페스트 근처 눈에 잘 띄는 곳에 1개 소개쯤 정렬해서 대기합니다. (숫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매우 강력해 보이는 모습!) 그리고, 거기서 두 블럭쯤 떨어진 곳에 별도의 경찰병력이 대기하구요.

만약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무력 시위는 물론 실제 진압 병력까지 준비를 해 두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포르투 알레그리의 경찰들이 무력 시위만 한 것은 아닙니다. 경기장에서 경찰 밴드가 노래를 연주하면서 흥을 돋우는 친근한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소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세계인의 축제를 경계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네요. 즐기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사이의 절묘한 경계가 있는데... 포르투 알레그리는 축구 경기에서 어느 정도의 경계가 적절한지를 잘 이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


참 좋았는데...  딱 하나 아쉬웠던 거?


두 말이 필요없죠. 우리가 경기를 잘 못해서 경기 마치고 돌아 올 때에는 기분이 거지 같았다는 거죠 ㅠ.ㅠ

단순히 경기를 진 것 때문이 아니라... 솔직히 경기 내용이 좀 쪽팔렸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고, 후반전에 보여준 투혼에서 희망을 읽을 수 있기는 개뿔!

솔직히... 그냥 쪽팔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