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섬에서의 하루 - 모로 지 상파울루 (Morro de Sao Paulo)

2014. 7. 5. 16:26월드컵 여행 - 2014 브라질/10.살바도르

살바도르에서 뱃길로 2시간쯤 거리에 아름다운 섬이 있습니다.

섬 이름은 "모로 지 상파울루 (Morro de Sao Paulo)"

무슨 뜻인지는 나두 모르지...^^

 

함께 월드컵 여행을 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귀국한 상황. 8강전까지 남은 기간을 함께 여행하는 동생이 살바도르에서 즐길 거리를 검색하더니 이 섬에 한 번 다녀오는것 어떻겠냐고 해서 부랴부랴 1박2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살바도르가 카포에이라의 발생지인만큼, 아마 이 섬에 가지 않았으면 카포에이라 도장에 가서 하루쯤 체험을 하지 않았을가 싶습니다. 몸은 안따라 줬겠지만^^)

결론은?

아~~주 환상적인 섬이었죠. 이번 여행에서 들렀던 곳들 중에서 이구아수 폭포와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곳입니다.

"모로 지 상파울루 (Morro de Sao Paulo)"

그냥 줄여서 말할 때는 "모로"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던 낙원 같은 섬, 영화 남태평양에서 봤던 것 같은 아름다운 섬입니다. 약간은 상업화된 구역이 있긴하지만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작은 섬입니다. 해변도 아름답고 사람들도 아름답고... 골목과 집들도 예쁘고요.

다른 모든 곳들과 마찬가지로 상권은 외지인, 외국인들이 다 차지했고 원주민은 딱히 하는 일 없이 살거나 작은 가게, 또는 큰 가게의 허드렛일을 하며 지내는 듯 하지만 거대한 리조트나 대규모 오락 시설은 없습니다.

식당과 숙박업소, 상점들이 모여있는 해변 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작고 예쁜 오래된 골목길과 순박하게 손님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구요.

 

작은 섬입니다. 하루나 이틀이면 섬의 골목골목까지 다 돌아 볼 수 있는 작은 섬. 저희도 노닥노닥하면서 산책삼아 걸었더니 어느 새 섬을 반 가깝게 돌았더라구요. ^^

가장 큰 건물은 성당이고 환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병원이 하나 있고, 이발소 윗층을 사용하는 작은 극장도 있습니다. 가로 세로 약 20미터 x 20미터쯤 되는 마을 광장에는 월드컵을 위해 나름 대형(?) 화면도 설치해 놓았구요.

게스트 하우스(Pousada,포사다)랑 식당이 곳곳에 있고 해변의 번화가(?)에는 삐끼들도 많습니다. 그냥 다른 일로 지나가던 주민들이 "당나귀 한 번 타실래요?" 하면서 지나갈 때도 있구요. (돈 내라고 하겠죠? ㅎㅎ) 머뭇머뭇 거리고 있으면 괜히 옆에 와서 참견하고 싶어하는 한량들도 많습니다.^^

마을 광장
성당 앞 (배 타는 항구 바로 옆)

 

이 섬에는 차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걸어 다니고 짐은 수레나 당나귀(노새?)로 나릅니다. 당연히 시멘트 포장길이나 아스팔트 길도 없고 차가 다닐만큼 큰 길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짐을 나르는 손수레를 택시라고 부르고 동네에는 택시 기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차를 딱 두 번 보긴 했습니다. 트랙터 한 대랑 앰뷸런스 한 대! 근데 앰뷸런스도 차라기 보다는 좁은 골목길을 갈 수 있도록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입니다. 물론... 바다에는 모터 보트들이 둥둥둥둥 떠 있고요.

여기 빈 택시 한 대 오네요^^

 

처음 항구에 도착하면 약간 황당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급히 여행지를 결정하고 움직이는 바람에 모로 섬에 대해 별로 아는 것도 없이 무작정 가게 되었는데, 도착해서 숙소까지 어떻게 갈지 방법조차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수레를 몰고 온 청년들이 "택시? 택시?" 할 때도 짐을 택시까지 옮겨다 준다는 말로 알았으니까요. ^^ (갈 때는 그냥 짐 짊어지고 숙소까지 갔고 돌아올 때는 택시를 한 번 써봤는데... 택시비 비쌉니다 ㅠ.ㅠ)

큰 길에 나가서 택시든 버스든 알아보자고 하면서 마을 입구에 갔을 때는 약간 별천지에 온 느낌도 들었습니다. 현대화된 상점과 관광객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수수한 현지인들과 시골스러움이 공존하는 야릇함. 그러면서도 웃음이 많은 사람들 때문인지 묘한 편안함과 즐거움이 넘치는 분위기. 열 발자국 옮기기 무섭게 나타나는 삐끼들도 이상하게 거부감이 별로 들지 않았구요.

아마 그런게 편안함이겠죠?

다시 남미에, 브라질에 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살바도르에 다시 올지는 더더욱 모르겠지만... 다시 오게 된다면 모로 섬에 다시 한 번 가고 싶네요.

좀 더 길게... 느긋하게... 돈도 좀 더 여유있게^^

....

우리나라가 조2위로 16강에 올라가기를 바랬습니다. 포루투 알레그리에서 16강, 리오에서 8강을 볼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16강 상대팀은 독일, 독일을 16강에서 이기면 더 바랄게 없고 설사 진다면 독일:프랑스의 8강전! 캬~

우리가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저는 조1위팀의 경기 스케줄을 따라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구입한 티켓이 그런 티켓입니다. Team-Specific Ticket)

살바도르... 상파울루에서 상당히 먼 곳이고 교통편도 마땅치가 않았죠. 비행기표는 평소 가격의 4~5배를 받으니 도저히 탈 수가 없기에 30시간이 넘게 걸리는 버스를 타기로 했고, 여차저차 이유로 버스는 5시간이 넘게 연착되어서 길바닥에서 꼬박 2박 3일을 보내고서야 살바도르에 오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고생스럽게 왔는데... 지금까지 다녀본 브라질의 도시 중에서 살바도르가 제일 맘에 드네요. 매우 브라질 같아요. ^^ 그리고, 살바도르 옆의 "모로 지 상 파울로"는 너무너무 환상적이고요.

16강에 탈락한 씁쓸함을 이렇게 달래 봅니다. ^^

 

얼굴이 많이 현지화 됐죠? ㅋㅋ

이제 이번 브라질 월드컵 저의 마지막 경기, 아르헨티나:벨기에 8강전 보러 브라질리아로 떠납니다.

이번엔 비행기 타고 가요~~~^^

메시 보러 가요~~~

 

참고하세여~ Morro de Sao Paulo 교통편

아래 그림처럼 살바도르에서 직빵 배편(파란색)으로 오가는 방법과 배+육로(빨간색)로 오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직빵 배편은 약 2시간, 배+육로는 3시간반~4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런데, 배편이 자주 있는게 아니라서 자기 시간에 맞춰서 적당한 방법으로 움직여야합니다.

저희는 살바도르에서 갈 때는 직빵, 돌아올 때는 육로를 경유했습니다. 육로를 경유하는 길은 중간에 배와 버스(밴)를 갈아타는 시간이 조금 소요되긴 하지만 밋밋한 바다만 보면서 달리는 것과 달리 주변 마을을 지나는 재미가 있어서 나름대로 괜찮더라구요.

살바도르에서 모로 지 상파울루 가는 페리 선착장은 Mercado Modelo 옆에 있습니다. (윗바을 아랫마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 근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