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작이겠죠...

2010. 6. 27. 20:09월드컵 여행 - 2010 남아공/6. 포트 엘리자베스

[6월 27일]

어제 경기의 후유증처럼... 오후가 다 되어서야 하루를 시작하게 되네요.
원래는 오늘 Bloemfontein으로 가서 잉글랜드-독일의 경기를 Fan Fest에서 볼 생각이었는데...
경기가 경기인지라 숙박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네요.
그냥, 이곳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하루 더 묵은 후에 내일 움직일 생각입니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서 Bloemfontein에서 하루를 보내고 레소토(Lesotho)로 가 볼 생각입니다.

...

어제 경기는 너무 아깝죠?
경기전 포트 엘리자베스 분위기는 완전 한국의 날이었거든요.
첫 경기를 여기서 한 덕분에 현지 사람들도 다시 찾아온 한국 팬들을 더욱 친숙하게 대했고, 한국 팬들도 포트 엘리자베스가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거리에서도 훨씬 활기찬 모습이었습니다.


정몽준 FIFA 부회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제가 사진을 찍으니까, 유명한 사람이냐고 물어보네요. "FIFA 부회장이요" 라고 말했더니, 한 쪽에서는 "오우~"하면서 놀라고, 다른 한 쪽에서는 "부"회장이라면서 회장은 아니라고 장난치고 그러네요. ^^


킹스비치(Kings Beach)에 있는 길거리 장터. 첫 경기 때는 태극기 찾기가 정말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많은 상인들이 태극기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샀습니다.



자원 봉사자들도 첫 경기 때보다 훨씬 능숙하게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포트 엘리자베스에 처음 오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포트 엘리자베스는 월드컵 준비가 참 잘 돼있고 편리하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들... 지금까지 거의 요하네스버그에 있었다는... ㅋㅋ)
그리스전은 여기 사람들에게도 첫 경기였지만, 몇 번 경기를 치르면서 이곳 사람들도 덩달아 월드컵을 즐기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방법에 익숙해 진 것 같습니다.
이 좋은 도시와 이제는 진짜 작별을 해야 한다니... 너무 아쉽습니다.


위의 사진...
경기장에서 표 팔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속 한국 사람은 제가 잘 아는 후배의 후배, 그리고 외국 사람은 저랑 동갑내기 친구!
저도 남는 티켓이 꽤 있었고 외국 친구도 남는 티켓이 좀 있어서 같이 표 팔았어요...
예상보다 관중들이 적어서, 몇 장은 반값에 처분했고 남는 티켓은 저희가 묵고 있는 백패커스의 스텝에게 주었습니다.
암표 장사는 아니고, 그냥 남는 티켓 손절매 한거니까 이상하게 보지 마시기를...
사실 이것도 월드컵을 즐기는 하나의 재미일 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남아공 경찰이 나타나서 팔지 말라고 겁주고 가더군요. (대강 알아 듣는 척 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죠 모.)

시종일관 춤추고 노래하면서 노는 남아공 청년들. ^^


경기를 지배하면서도 골은 안터지고, 비는 내리기 시작하고... 정말 미칠 것 같은 시간들...


우리 선수들은 쓸쓸히 퇴장. 반대편의 우루과이 팬들은 너무 신나게 놀고 있고... 비오는 날의 패배는 너무 견디기 힘들어요...



그래도, 우리 선수들 열심히 잘 했죠?
우리에게 운이 조금 덜 따랐을 뿐이지 경기는 훌륭했습니다.
많은 외국 사람들이 저희 보면서, "운이 없었을 뿐이야. 한국팀의 경기였어!"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어떤 위로도 패배의 아픔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스스로를 충분히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월드컵 8강 별거 아니죠?
조금 더 노력하면, 2002년의 4강 신화도 다시 만들 수 있을거 같지 않나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아주 먼 곳에 있는 꿈은 아닙니다.

아직 월드컵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즐기자구요!
멋진 경기들이, 그리고 멋진 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