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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축구경기 + 전주

전주를 몇 번 방문하기는 했지만, 모두 내 볼일만 보고 끝나는 일정들이었습니다.

(축구경기, 경조사 참석 등)


이번에 2013 FA컵 결승전(10월 19일, 전북:포항) 보면서, 아예 1박 2일 가족여행겸 다녀왔습니다

남자는 포항 스틸러스의 서포터가 탄생하던 순간부터 포항 서포터, 여자는 그 남자를 알면서부터 포항 서포터, 그리고 그들의 아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포항 서포터인 가족이랄까... ㅎㅎ


전주는 조용하고 점잖고, 그러면서 나름의 독특함을 가진 도시네요.

비록 큰 강과 호수는 없지만 어릴적 제가 성장한 춘천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방 도시의 조용하고 수수한 매력과 젊고 세련된 맵시를 같이 갖춘 도시 같은 느낌이었어요.




허영만의 식객에 소개되었다는 그 유명한 "삼백집"

저희가 찾은 곳은 숙소 부근의 고산동점입니다. (전주에 삼백집이 여러 곳입니다.)


주 메뉴는 콩나물국밥, 그리고 선지국밥도 있습니다.

저희는 콩나물국밥 하나, 선지국밥 하나, 그리고 모주 각 1잔!

아들 녀석은 그냥 엄마 밥상 적당히 나눠 먹었는데, 가게에서 작은 공기밥 하나를 추가로 내주더군요.

식사 주문하면 계란 후라이 하나 따라 나오는데, 아들녀석 것도 서비스!


콩나물국밥도 선지국밥도 당연히 맛있습니다.

물론, 서울에서도 전주식으로 맛있게 잘하는 집이 왜 없을까마는...

전주에서 먹는 전주 음식이 백배는 더 맛있습니다. ^^




전주만의 음주문화... 가맥집(가게 맥주집)

제가 소개 받은 곳은 전일슈퍼(전일갑오?)입니다.

그 집으로 가던 길에 제일 먼저 눈에 띈 곳이 영동닭발(영동슈퍼)

안을 슬쩍 들여다 보는데, 가게 주인인듯한 할아버지가 "들어오세요, 이 집 유명한 집이에요!"

제가 요럴땐 또 바로 팔랑귀 휙 돌아서는 스타일인지라... 가던 길 잊고 그냥 이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진짜루... 이 집도 나름 유명한 곳입니다. 전일슈퍼가 갑오징어와 소스에서 비교우위라면, 영동슈퍼는 닭발튀김이 얼굴마담이라네요. ^^)


저희는 황태구이 시켰습니다.

사진에는 못 담았는데 안주 하나 시키면 닭발튀김 작은 접시 하나가 서비스로 제공됩니다. (닭발 10개 정도?)

마눌님은 황태구이에 점수를 줬고, 저는 닭발튀김이 훨씬 좋았고...


보통 경기에 승리하면 맘 맞는 서포터들과 아~주 징하게 한 잔 마실 떄가 많은데, 이렇게 가족과 함께 움직이게 되면 아무래도 자제를 해야하는지라... 

음... 많이 아쉬웠습니다. ^^

게다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뺑뻉이를 뛴 아들 녀석은 이미 삼백집에서 저녁을 먹는 순간부터 눈꺼풀이 슬슬 풀리는 상황인데, 일찍 재워 봐야 밤에 한 번 깰것같고... 엄마 아빠는 맥주 한 잔 하고 싶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하나 먹여서 잠 깨워서 가맥집까지 끌고 갔습니다. ^^




유명한 집들에는 꼭 있는 벽면 낙서판!

엄마 아빠 맥주 마시는 동안 자기도 뭔가 끄적거려 보는데...


ㅎㅎㅎ


좀 확대해 보면...

(함 찾아 보세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아무래도 아들 너무 잘 키운거 같아! ㅎㅎㅎㅎㅎㅎㅎㅎ "나의 포항 영광위해!")




아침은 차에서 김밥으로 때우면서 나름 일찍 전주로 향했는데, 가는 길이 워낙 막혀서 겨우겨우 경기 시간에 맞춰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점심 건너 뛴 채, 전후반 90분에 연장전, 그리고 승부차기랑 우승 뒷풀이까지 치렀으니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하룻동안 쏟은 셈이죠.

국밥으로 저녁 먹고, 바로 가맥집으로 향해서 맥주랑 안주 먹고, 숙소 도착해서 다시 편의점 안주랑 맥주 추가해서 깔끔하게... 빵빵하게 배를 채웠습니다.


마침 숙소가 전주 중심가에 있었습니다. 전주의 밤거리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취객들이나 호객꾼으로 넘쳐나는 흥청망청 마시고 노는 거리 보다는, 낮의 모습이 다시 밥으로 옮겨 놓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젊고 활기차고... 물론, 약간은 취한 모습도 있구요. ^^


[참고] 저희가 묵은 숙소 : 베니키아(Benikea) 전주한성 호텔.

중심가에 있고 사람들 왕래가 많은 곳이라서 자동차로 진입할 때 조금 애를 먹었고, 잠잘 때 늦게까지 바깥 소음이 좀 있었지만... 시내 중심부라서 놀고 먹고 마시고 쇼핑하기에 굉장히 좋고, 한옥마을이랑 풍년제과, 삼백집, 유명 가맥집들이 모두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습니다.

3성급 관광호텔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적당한 수준의 아침 식사도 제공됩니다. 싼 비지떡 아니고, 바가지값 포함된 비싼 호텔 아니고, 거시기한 모텔 아닙니다. 저희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경기 다음날(20일), 아침 식사 후 간단히 주변 둘러보기!

제일 먼저 만난 곳, 전동성당!

성당 본관과 사제관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 천주교의 첫 순교자가 이곳 전동성당의 사제였다던가? 그리고, 영화에도 나왔다고...

아담하고 정갈한 중세풍의 서양식 건물. "성당"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곳입니다.

(우리 아들녀석, 나름 유아 세례 받은 놈입니다. 엄마 아빠는 천주교신자가 아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워낙 독실한 분이신지라.. ^^)



전동성당 바로 옆으로 한옥마을이 이어집니다.

엄마와 함께 걸어가는 아들녀석을 보니...

이 녀석 갑자기 훌쩍 커 보이네요!


장난삼아 "이제 아빠 어깨 넘었네!"라고 말하곤 했지만, 엄마와 함께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훨씬 더 자란 느낌이 들더라구요.


뭐... 행동은 그냥 유치한 초딩이지만 말입니다. ^^

여전히 엄마나 아빠랑 붙어서 자는 것 좋아하고,

낯가림 심하고,

한옥마을 보다는 한옥마을 가는 길에 본 소방서와 소방차에 마음이 꽃혀서 내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엄마 졸라서 음료수 하나 사먹으면 마냥 행복하고 ^^


뭐... 하여간...

어쨌든...

김태수의 승부차기 마지막 킥이 골 라인을 넘어가고, 모든 서포터가 환희의 소리를 지를 때, 뭔지 모르지만 자기도 그 사람들 속의 일원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감지하고 함께 소리를 질렀다는 점!

(여러번 함께 경기장에 갔지만... 포항의 승리나 우승을 함께 기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는... 그냥 아빠따라 간 곳 ^^)



전주 투어의 마지막은 "풍년제과"

되게 유명한 곳이더군요.

전주 한옥마을에도 분점이 있는데... 길이 어찌나 길던지 ^^


저희는 마침 한옥마을 가는 길에 풍년제과 본점을 지났던 터라 돌아오는 길에 풍년제과에 들렀습니다. 여기도 줄을 선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한옥마을점 보다는 덜 분비더라구요.


남들 다 사간다는 풍년제과 쵸코파이 두 박스 득템 ^^

(한 상자에 10개, 1만 6천원)


전주에 가면....

오리온 쵸코파이보다 훨씬 맛있는 쵸코파이가 있습니다.


....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축구 보고, 게다가 승리하고 챔피언 먹는 경기를 보고, 먹고, 마시고, 지역 투어에 특산품까지 총 망라된!

짧으면서도 나름 버라이어티한 1박 2일이었습니다.^^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도시입니다.

멋진 축구장이 있고, 축구 때문에 더욱 더 가보고 싶은 도시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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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초원의 집

 

초원의 집 (전9권)

 

로라 잉걸스 와일더 지음, 김석희 옮김

비룡소 펴냄 (2005.09.25)

 

저와 비슷한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을 사람들...

매주 일요일 아침 MBC TV에서 방송하던 "초원의 집" 생각 나시는지요?

바로 그 TV 시리즈의 원작 소설입니다. 지은이 로라 잉걸스 와일더가 바로 TV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 로라구요. 그러니까, 소설로 쓰여지긴 했지만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자서전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네요.

 

우연히... 잘 아는 분(귀농인)의 블로그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난 겨울쯤에 읽었던 것 같네요)

미국에서는 어린이 권장도서라고 하네요.

그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들에게 많이 추천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40대 이상의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TV속의 로라 잉걸스네 가족 이야기를 어렴풋이라도 기억하시는 분들께 강추!)

 

산촌 오두막에서의 생활을 시작으로, 초원을 개간하여 밭을 만들기도 하고, 사냥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미국의 서부 개척자들과 함께 철도 노동자의 삶을 살기도 하고... 로라 잉걸스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의 자매들, 그리고 결혼한 후의 이야기까지 한 가족이 겪어온 사랑과 개척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지만 소박하게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던 가족이 더 넓은 세상과 땅을 찾게 되고, 그러다가 자기 것이 아닌 남의 것을 빌려서 일을 할 수밖에 없고, 기계와 자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세상에 점점 다가가는 모습은 우리가 정신없이 달려온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되고, 더 큰 땅을 경작하게 되고, 더 많은 돈을 만지게 되지만...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한 채 결국은 사회 시스템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게 되는 로라 아빠의 모습은 우리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로라의 아빠는 매우 위대했습니다.

자기 손으로 밭을 일구고, 짐승들을 잡아 오고, 가족을 위해 손수 집을 짓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날 가족이 먹을 곡식을 구하기 위해 눈보라를 뚫고 홀로 길을 떠나야 할 때도 있습니다. 마차에 짐을 가득 싣고 멀리 이사를 갈 때는 흙먼지와 거친 물살을 헤치면서, 때론 수레를 수리하고 들짐승들과 맞서면서 전진해 나가기도 합니다.

일을 마친 저녁에는 자기가 손수 지은 집에서, 자기가 손수 만든 난로 앞에서, 가족을 위해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도 하지요.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떤 아빠인가요?

가족들을 사랑하고, 가족들을 위하는 마음이야 똑같겠지요.

그러나, 로라의 아빠처럼 위대해 보이나요?

우리 아이들은 자연과 싸우고, 집을 짓고, 짐승들을 부리고, 가족의 위험 앞에서 있는 힘껏 저항하며 헤쳐 나가는 거인 같은 아빠를 본 적이 있을까요?

 

아마도 이런 거대한 존재감 때문에 예전의 아빠들은 그렇게 크게 집안에서 군림할 수 있었나 봅니다. ^^

지금의 아빠들은 참 존재감 없지요.

놀아주는 사람, 공부나 숙제 도와주는 사람, TV 채널권을 가진 사람, 밤에 술 마시고 들어오는 사람, 담배냄새 나는 사람, 잠자는 사람, 카드로 결제해 주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 야단치는 사람, 엄마 남편, 직장 다니는 사람, 장난감이나 선물 사주는 사람....

 

ㅋㅋ 진짜 초라해졌네요.

아빠만 그런건 아니겠지요. 사회와 시스템이 많은 일들을 대신해 주면서 아빠도 엄마도, 그리고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나 이웃들에 이르기까지... 강하고 위대한 인간 본연의 당당한 존재감은 더 이상 뿜어내지 못하는 것 같네요.

 

...

 

 

"초원의 집"은 미국 개척시대의 역사이기도 하고, 한 가족의 역사이기도 하고, 또한 한 여인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결코 약하지 않으며, 어떤 위기에서도 기지와 용기를 잃지 않으며, 잔대가리 굴리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그러면서 웃음과 사랑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지요.

그리고, 그 속에는 힘있는 아빠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아빠보다는...

쟁기를 내리 꽂고, 망치질을 하고, 짐승을 능수능란하게 부리며, 추위와 눈보라에 맞서고, 젓가락부터 집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만들어 낼 줄 아는... 맥가이버의 할아버지쯤 되는 아빠가 되고 싶네요.

 

로라의 아빠처럼 말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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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배를 엮다

 

배를 엮다

 

미우라 시온 지음 / 권남희 옮김

 

...

 

15년간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매진한 적이 있나요?

그것도, 돈이나 성공 때문이 아니라, 그냥 꾸역꾸역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무한한 열정과 책임, 사명감, 순수한 몰입으로 나의 온 정성을 쏟아서 해 본 일이 있었던가?

매우 긴 시간이지만, 한 발 한 발 멈추지 않고 꾸준히 전진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의 기쁨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매일 출근해서 일을하고, 또 하루를 마감하고, 또 다시 반복되는 생활... 과연 이런 우리의 일상은 하나의 궁극적인 가치, 절대적인 목표를 향해서 한 발 한 발 전진하는 과정이었는지?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15년의 긴 시간이 주어지지도 않고, 그 긴 시간동안 정성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순수 목표를 가지기도 힘들죠.

늘 우리에게는 뭔가가 주어지고, 또 뭔가 할만한 것을 찾아내지만... 대개의 그러한 일들은 업무적으로 완수해야할 일들이지 내가 추구하는, 또는 그 일이 추구하는 궁극의 가치를 위해서 하는 일은 아니니까요.

 

"배를 엮다"는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사전이라는 것은 매우 정밀한 고찰과 꼼꼼함, 완벽함이 필요하겠지요.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 많은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개개의 결과들은 매우 정밀하게 짜맞추어져야 하고, 질서정연하고 통일된 모습으로 간추려져야하며, 하나 하나가 모인 전체는 빈틈없이 조화로워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을 만드는 일은 그 만큼 긴 시간과 세세한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일 수 밖에 없습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한 끈기와 꼼꼼함, 언어와 지식과 활자에 대한 애착과 감각과 사명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해내기 힘든 일이겠지요.

 

"배를 엮다"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뒷통수를 뻑 때리는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판타지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전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그 지난한 과정을 묵묵히 뚫고 나가면서 끝내는 하나의 사전을 완성해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집니다.

 

어찌보면 매우 독특한 주제, 별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은 주제지요. 흥미롭지 않은 주제구요.

하지만, 저는 책을 읽는 동안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에 깊이 동화될 수 있었습니다.

주제는 생소하지만, 궁극의 가치와 목표, 신념을 향해 매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겁니다.

 

궁극의 목표와 가치, 여기에 본인의 가치관과 기호가 맞아 떨어져 동기가 유발되고, 그리고 그것을 해 내야만 한다는 사명감까지 느껴지는 일. 나는 지금 그러한 일을 하고 있는지 먼저 묻게 됩니다.

아니면, 내가 하는 일에서 그러한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되네요.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그리고 하나쯤은...

긴 시간 동안 나의 끈기와 열정과 호기심과 사명감을 바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끝내는 해 내는 기쁨과 성취감도 누려보고 싶네요.

 

분명히 그러한 일이 하나 있을겁니다.

찾으면 보이겠지요.

어쩌면 지금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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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 (In Patagonia)

브루스 채트윈 (Bruce Chatwin)

 

만약 내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여행을 떠난다면, 이 참에 또 거나하게 한 짐 꾸려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테고... 만약 여기저기 둘러보게 된다면 그 넓고 볼 것 많은 남미에서 어디를 가봐야할까?

 

남미하면 떠오르는 곳들... 마추픽추, 안데스, 티티카카 호수, 우유니 사막, 아타카마 사막, 아마존, 이구아수 폭포, 부에노스 아이레스, 상 파울루, 리우 데 자네이로...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 머리속에 떠오르는 남미과 관련된 Tag가 이 정도 되겠죠?

 

이제 여기에 "파타고니아(Patagonia)"를 추가하고자 합니다.

아니,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브루스 채트윈의 '파타고니아'는 여행문학의 시작이라는 찬사를 받는 책이라고 합니다. 단순한 여정의 나열이 아닌, 문학적인 표현과 다양하고 세밀한 묘사가 살아있으며 역사와 문화와 인류에 대한 통찰이 곳곳에 숨어있는 걸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여행기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과 풍습, 음식, 사람, 에피소드, 물가와 교통, 애환과 동정 같은 것들은 이 책에서 만날 수 없습니다. 대신 작가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 남미 원주민과 남미에 발을 들여 놓은 유럽 이주민의 이야기, 그리고 남미의 역사와 유럽의 역사가 작가의 여정을 따라 펼쳐집니다.

 

그러나, 읽기에 좀 생소한 주제가 많긴합니다. 우리가 유럽의 역사를 큰 맥락에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개별 사건이나 인물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알지는 못하니까요. 게다가 채트윈은 개인의 가족사와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더한 것 같습니다.  여정의 기록보다는 여정 속에 깔려있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 지역 위에 소설적인 스토리를 더했다고할까? 120% 리얼 스토리의 맛은 떨어지지만, 이야기의 재미가 있는 여행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미와 감동은 적고, 짠한 느낌과 잔상은 크다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

 

 

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와 칠레 남부일대를 말합니다.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아래쪽으로 남아메리카 대륙의 끝자락을 향해 펼쳐지는 넓은 지역이지요. 지도에서 오른쪽 위에 보이는 Bahia Blanca라는 도시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약 600km정도 아래쪽이니, 대략 가늠이 될겁니다.

광활한 대지와 바람, 초원이 있으며 유럽 각국의 이민자들이 기회의 땅을 찾아 이주한 곳이기도 합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마젤란의 탐험대가 지났던 대륙의 끝과 만나게 되고, 아메리카 대륙의 최남단 도시인 우슈아이아(Ushuaia)에 이르게 됩니다.

 

여전히 교통편이 불편하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날씨 또한 변덕스럽게 변하기 때문에 편안하고 만만한 길은 아니겠지만, 바람과 초원과 다양한 역사와 사람을 만난다는 것처럼 여행을 설레이게 만드는 것도 없습니다. 태평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대륙의 끝을 향한 여행이라니 끌릴 수 밖에요. 게다가 여행지 곳곳에서 브루스 채트윈의 이야기를 만날 수도 있을테구요.

 

아르헨티나!

마라도나와 체 게바라의 나라를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에 가게되면 꼭 파타고니아를 여행하고 싶네요!

 

PS) 간다면 가는거지 뭐!

별거 있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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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로드 (The Road)

코맥 맥카시(Cormac McCarthy) 지음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2008.

영화로도 만들어졌다죠?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꽤 오래 전에 책 많이 읽는 오래된 친구가 추천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친구에게 추천 받은 책 몇권을 사서 서재에 꽂아 두었다가...
문득 마음이 동하고 손길이 가면 한 권 뽑아서 읽곤하지요.
그래서... 서재에 있는 책 중에 제가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얼추 20~30%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

그렇게 손에 잡고 읽은 책이 바로 이 책, '로드(The Road)'입니다.
친구가 역시 좋은 책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는 책이지만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세상, 그럼에도 몇몇은 살아 남은 세상.
정말로 살기 위해 사는 사람들만이 힘겹게 하루 하루를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세상이겠지요.

'로드'는 이런 세상에 던져진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살아 남은 아빠와 아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의 본능으로 밖에 살아갈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서, 먹을 것을 찾기 위해서, 잠시나마 몸 하나 뉠 곳을 찾기 위해서...
그들은 멈추지 않고 어디론가 나아가야 합니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을 경계해야 하고,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그 하나하나를 샅샅이 뒤지면서 먹을 것과 생필품을 뒤져야합니다.
때로는 나쁜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자기들 보다 더 동정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먹을 것이 가득한 지하실을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는 끔찍한 죽음만이 있는 집을 만나기도 하고...

그렇게 힘겹게 힘겹게 길을 나서지만,  그런 과정에서도 어떻게든 먹고 자고 씻고 웃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어떻게든 살아지게 되는 것인지...
며칠 굶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그냥 배고픈 것이고, 매서운 추위가 있는 곳은 머물 수 없는 불모지가 아니라 그냥 추운 것이고, 아픈 것은 치료해야할 질병이 아니라 그냥 아픈 것입니다.
버려진 땅에는 여전히 많은 것이 있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별로 없지요.
그렇게 없는 것 투성이인 세상을 아빠와 아들이 함께 나아갑니다.
무엇을 위해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빠와 아들의 대화는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고 짧습니다.
모든 것이 쓸려간 세상, 매일 매일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삶이기 때문에 대화조차 그런 모양입니다.

저와 아들 녀석의 대화도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우리 아이는 책 속의 아이처럼 군더더기 없이 말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아들 녀석의 말은 언제가 간단하고 꾸밈이 없지요.
백지처럼 천진난만한 자신의 지식으로 납득이 안가면 묻고 또 묻습니다.
그리고 책 속의 아이처럼 때로는 내가 상상하지 못한 짧은 단어로 많은 것을 제게 말하기도합니다.
녀석이 선택하는 단어가 상상외의 멋진 것일 때도 있고, 때로 이것은 아빠이기 때문에 알아 듣는 말이기도 합니다.

글을 읽는 내내... 마치 제가 아들 녀석과 함께 먼 길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숙명을 가진 유목민인 듯이... 끊임 없이 움직이고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야만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힘든 길이지만... 행복 보다는 변함 없는 불행만이 이어지는 길일 가능성이 더 크지만...
그래도 묵묵히 나아가면서, 인간성을 상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인류의 양심과 가치를 잃지 않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은 숙연하기까지 합니다.

나는 아들 녀석과 그런 여정을 함께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아들 녀석은 또 그런 여정을 감당해 내고, 마침내는 아빠가 떠난 채 홀로 남겨진 그 엄혹한 세상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살아가겠지요.
아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겠지요.
얼마나 살아질지는 모르지만 살아지는 만큼 살아지겠지요.
특별히 희망이랄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멈출 이유도 없이 그렇게....
폐허가 된 세상이건, 모든 것이 풍부한 세상이건, 도덕과 문화가 있는 세상이건, 인류이기 전에 동물의 본성이 지배하는 세상이건...
어쨌든 세상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 본래의 모습인가 봅니다.

.....

책을 읽으면서 번역가 '정영목'에 대해서 주목하게 됩니다.
그가 번역한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느꼈던 문체가 그대로 느껴진 것은, 아마도 '주제 사라마구'와 '코맥 맥카시'의 문체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니라 번역가 '정영목'만의 냄새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원문을 읽어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정영목'의 번역은 그를 마치 작가인양 느끼게 만드네요.
훌륭한 번역은 또 하나의 원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1. 남천가족 2011.12.08 11:32 신고

    저는 영화로 얼마전에 보았습니다.
    머리가 복잡해 지던데요^^
    이런영화의 대부분은 엔딩에 희망적인 메세지가 나오는데, 별로 희망적인 내용은 없더군요.

    네이버쪽지를 오늘에서야 보았습니다.
    스팸쪽지가 워낙많아서 정리하다가 족쟁이님의 쪽지를 보았습니다.
    인사 늦어서 죄송하구요, 반갑습니다.
    종종 뵙겠습니다^^

    • 민간인 족쟁이 2011.12.09 10:18 신고

      반갑습니다. 기회가 되면, 단양에서 반갑게 인사드릴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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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맛집] 단골정육식당 (영춘면, 구인사 근처)


단양하면 의례 단양8경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실제로 단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구인사!
구인사는 불교 천태종의 본산으로, 중국 무협영화에 나오는 사찰처럼 협곡을 따라 배치된 매우 독특하고 규모가 큰 사찰입니다.
어찌나 찾는 사람이 많은지... 동서울 터미널에서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구인사행 버스가 운행될 정도입니다.
영춘면은 바로 구인사가 있는 곳이구요.

단양에 자주 오가면서 영춘면 읍내를 자주 가게 됩니다.
이곳에 가면 농협 ATM(현금지급기)도 있고, 하나로마트도 있고, 철물점, 식당, 보건소, 치과 등등...
제가 시골집을 준비하는 곳에서 짜장면이라도 한 그릇 먹으려면, 가장 가까운 곳이 영춘면 읍내지요. ^^
근처에 구인사가 있고, 동강을 끼고 있기 때문에 제법 관광객이나 여행객들이 드나드는 곳입니다.
당연히 여름에는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요.
근처에 남천계곡이라는 곳도 여름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구요.

영춘면을 들락거리면서...
비싸고 독특한 음식이 아닌,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 두부찌개, 청국장, 된장찌개...
요런거 맛있는 집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저녁에는 고기도 먹고 술도 먹지만... 타지에 가면 늘 다음날 아침밥 제대로 먹기 힘들죠?
이 집...아침식사 됩니다!
깔끔하고 정갈하게, 주인 아주머니 손맛 제대로 나는 아침상 받을 수 있습니다!



영춘면 소재지, 하나로마트 바로 앞입니다.
간판에 보이는 것처럼... 정육점이기도하고 식당이기도합니다.
밥도 팔고 고기도 팔고, 고기 구워 먹을 수도 있고요.
(그냥 삼겹살 사가지고 가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가격은 요정도!
고기는 돼지갈비만 먹어봤고, 저희 가족이 주로 먹는 메뉴는 두부찌개 또는 김치찌개!
(간판은 '단골정육식당', 메뉴판에는 '단골식육식당')

 

요거, 두부찌개!
정육점 답게 돼지 목살 넉넉히 넣어서 맛이 아주 구수하고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0가지가 넘는 밑반찬 하나하나가 모양도 깔끔하고 맛도 깔끔합니다.
아이 포함해서 저희 가족 셋이 가면 보통 2인분시켜서 먹는데 양도 아주 넉넉합니다.
(그새 얼굴이 좀 익었는지... 아들녀석 공기밥 하나는 공짜로 주시지요. ^^)

우리 마눌님도 그렇고 함께 갔던 가족들이나 친구들도 가격대비 대만족!
특히, 다들 밑반찬 맛있다고 칭찬일색!
구인사 주차장 근처에서 어정쩡하게 1만 2천원짜리 정식도 먹어봤는데...
6천원짜리 이 집 찌개가 훨씬 만족도 높았다는 거!



양념 돼지갈비도 맛있었음!
역시나... 고기도 고기지만 깔끔하게 차려지는 밑반찬이 얼굴을 받쳐주더군요.
이 집 아주머니가 기본적으로 음식 만지는 솜씨가 장난 아닌 듯합니다.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에는 만두국도 좋겠죠?
어느날 갔더니 A4 용지에 '만두국 개시'라고 붙어있더군요.
안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손수 만두를 빚고 계시고...


그냥 시골에서 빚는... 김치, 두부, 당면, 약간의 고기가 들어간 만두!
식당 입맛이 아닌 엄마 입맛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되게 맛있게 먹을겁니다.
요놈 만두국은 5천원입니다.

 ....

지방에서 맛집을 찾으면 대개 여러 방면으로 소문난 집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붐비기도하고, 별미라는 이름 때문에 조금 비싼 곳도 있고요.
소문나서 찾았는데 그냥 뭐 대강 그렇고 그런 집들도 상당히 많구요.

구인사 부근에도 제법 유명한 식당들이 있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식당들은 대개가 1만원이 넘는 산채정식이나 더덕구이 정식 같은 것들이 주요 메뉴지요.
한 가족이 식사를 하게 되면 결코 만만한 금액은 아닙니다.
먹어보면... 사실 그 맛이라는게 과연 1만원이 넘을 만큼 괜찮은가.... 살짝 고민도 되고, 실망도 되고. ^^

오히려 이렇게 부담 없이 친숙한 메뉴가 더 좋을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도시화 되지 않은 시골 식당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더 좋지요.

단양 영춘면에 가시거든 함 들러 보시기를!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 단골정육식당
도움말 Daum 지도
  1. 신럭키 2011.10.28 23:37 신고

    아아, 만두국이라... 쌀쌀해지니 정말 땡기는군요 ㅎㅎ~

  2. 단양참봉 2011.11.28 08:41 신고

    여름철 냉면도 참 맛있습니다. 양도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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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이런 만화책 너무 좋아합니다.


심야식당 (深夜食堂)
ABE YARO 지음 (2008.10 ~ 연재중)

아직 연재중(미완결)이라죠?
현재 6권까지 나와 있으며,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는군요.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만 영업하는 식당.
식당 이름은 "밥집'이고 메뉴에는 된장정식과 술 몇 가지 뿐.
손님이 부탁을 하면, 그날 주인(마스터)이 준비한 재료를 가지고 조리가 가능한거면 만들어 주고...

화려한 만화적인 터치도 없고, 산해진미를 떠받치는 휘황찬란한 조리비법도 없고, 절대미각 순수열정의 마법사 같은 천재 조리사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요리란 것 또한 때론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훌륭한 것들도 있지만, 대개는 간식꺼리나 도시락 반찬 정도로나 어울릴법한 음식들이 많지요.

밤 12시부터 아침 7시...
이 시간에 출출한 배를 채우러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누꿀까요?
조폭, 술집 아가씨나 스트리퍼, 게이바 사장, 독신남, 독신녀, 이혼남, 이혼녀...
아마 대부분의 손님들이 우리 사회의 양지바른 곳에서 살고 있는 모범남녀는 아닐 듯 합니다.
그리니까 새벽녘 심야식당에서 간단한 요기와 함께 술 한잔을 하는거겠죠.

늦은밤이나 새벽녘의 식당에서 만나거나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음식 이야기.
소소한 이야기, 그냥 평범하지도 않은 이야기, 슬플 때도 있지만 따뜻한 이야기,
그리고, 평범하고 소소한 음식이지만 음식 하나하나마다 사람을 흠뻑 젖게 만드는 진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조금은 나이가 있는, 추억할 음식과 이야기와 사람들이 마음 속에 좀 쌓여 있는...^^
그런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

[주의사항]

책에 등장하는 요리들은 아주 간단한 (또는 간단해 보이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냥... 쓱쓱 손 몇 번 대면 뚝딱하고 만들어질 것 같은 요리들...
늦은 밤... 책을 읽다 보면 한 그릇 뚝딱 만들어 먹고 싶은 마음이 솓구치는데...
그렇다고 잠자는 마눌님 깨워서 요리 부탁하는 만행은 저지르지 마시오!

심야식당 부엌 이야기
호리이 켄이치로 글 / 아베 야로 그림 (2010.08.15)

이 책 보고 손수 만들어 드시구랴~~ ^.^
  1. walk around 2011.03.01 08:56 신고

    만화책... 나도 만화책 한번 잡아볼까? 가끔 책 읽는 게 쪼끔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던데...

  2. 최준서 2011.03.17 00:34 신고

    이미 작년에 6권 마스터 했음... 내가 20년전부터 꿈꾸던 그런 스타일의 아지트라 감회가 새로웠지요 ㅎㅎ 안식년받으면 일본가서 한 6개월 식당 시다바리하면서 전수받으려고 했는데... 쓰나미 땜에...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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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다시 일본어 공부 시작합니다. (with 3권의 책)

고등학교때는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고 (입시를 위해서)
대학때는 고등학교때 공부한 밑천으로 조금 편안하게 한과목 해치우려고 일본를 들었고 (학점을 위해서)
대략 1997년? 아님 1998년쯤?
일종의 자격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일본어 시험을 치른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어쩌다... 아주 가끔 일본어 몇 마디를 써먹을 때가 있긴 했지만
"스미마셍", "아리가또고자이마스", "곤니찌와", "곤방와", "하지메마시떼", "사요나라", "시쯔레이시마스"
딱 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내 생각에... 어느 언어를 막론하고 가장 유용하고 활용가치가 높은 황금 회와 문장들^^)

...

가깝고도 먼 사이... 그렇기 때문에 생각보다 서로 잘 모르는 이웃...
그런 ... 외국 여행중에 낯선 이방인들을 만날 때
가장 반갑고, 가장 비슷하고, 가장 말이 잘 통하고, 김 한장 라면 하나 즐겁게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사람들.
그게 바라 일본 사람이었던거 같습니다.
가까이 있을 때는 그렇게 싸싸름하고 눈 흘기던 사이였는데
낯선 나라에서 서로 만나니까 세상 어느나라 사람들 보다도 정서적으로 잘 통하더란 말이지요.
다만 아쉬운 것은... 서로가 서툰 영어로 띄엄띄엄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한국사람에게는 일본어가, 일본사람에게는 한국어가 영어보다 훨씬 배우기 쉬울텐데 말입니다...

...

사실 오랫동안... 다시 일본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잠시나마 입시와 학점을 위해 공부했던 일본어지만 그냥 잊고 없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기도 했고
내가 일본어를 할 줄 안다면 이웃 나라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고
배가본드 32권 번역판이 나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그 사이에 33권도 출간되었다는 사실에 열불딱지 터질 필요 없이 일본어판을 사서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20년이 넘는 시간을 넘어서, 다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몇 달간 틈틈이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가 있는듯하여, 제가 공부한 책들을 소개해 봅니다.
(사전 없이, 학원 안다니고, 책 잡고 독학^^)


Restart 日本語 (리스타트 일본어)
바른일어연구회 저 / 북스토리 (2009)

어떤 설명도 없이 그림과 단어, 문장만 있습니다. 그냥... 그림을 보고 이해하면서 일본어의 기본 단어와 문장들을 배우는 방식이지요.
멀미나는 한자도 없고 볼 때마다 헷갈리는 카타카나도 없습니다.

책 제목처럼... 저처럼 한 때 일본어를 잠시 공부했으나 오랜 세월 방치한 결과 대부분이 가물가물해진 상태에서, 다시 일본어의 냄새와 감각을 복원하는데 딱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크기가 작아서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보기 편합니다.
무엇보다도... 쉬운 단어와 표현들만 다루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좀 더 자신감 있게 일본어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즉... 괜히 다시 손 댔다가 작심삼일로 끝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가장 매력!

...

일단... 요렇게 만화 같기도하고 유치원 교재 같기도한 책으로 20년 묵은 때를 살짝 벗겨냈으면
좀 더 학습서처럼 생긴, 하지만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에서 만만하게 덤빌 수 있는 책으로 넘어갑니다!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후지이 아사리 저 / 길벗이지톡 (2008)

저자는 한국 대학에서 한국문학도 공부하고 일본어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이 책 역시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듭니다.
그리고, 쓰기 보다는 읽기를, 읽기 보다는 듣기와 말하기를 더 강조한 점도 좋구요. 저자 자신이 연습장에 쓰면서 공부하기 보다는 MP3 파일을 들으면서 눈으로 교재를 따라가면서 공부하라고 말을 할 정도로 듣기와 말하기 위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대개의 교재들이 존댓말로 구성된 것과 달리 이 교재는 반말 표현과 존댓말 표현을 거의 같은 비중으로 다룬다는 것도 색다른 점입니다.
한 때 일본어를 공부했던 분이라면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 MP3 파일을 들으면서 조금은 쉽고 편안하게 책장을 넘겨갈 수 있을겁니다.
이 책에서도 비교적 쉬운 문장과 단어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교재 없이 그냥 MP3 파일만 들으면서 공부해도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
(저자가 지은 같은 시리즈의 책들이 몇 개 더 있습니다.)

...

요기까지 일본어 공부를 하고 나니까, 살짝 일본어 공부에 지루함이 생기더군요.
비교적 쉬운 책들로 공부를 했는데도 말입니다. ^^
한 편으로는... 영어도 제대로 마스터하지 못했으면서 어쩡쩡하게 일본어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못마땅함도 생기고요.

그래서... 쪼~금 색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영어로 된 일본어 교재로 공부를 해 볼까?
그러면... 영어와 일본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건가?


Japanese Demystified - A Self-Teaching Guide
Eriko Sato / McGraw-Hill (2008)

아마존에서 꽤 많이 팔린 일본어 학습서입니다.
반 정도까지 왔는데... 영어로된 교재로 일본어 공부를 한다고 해서 영어와 일본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것은 역시나 말도 안되는군요. ^^
하지만... 어학 학습 교재, 그것도 우리와 어순이나 표현에서 상당히 유사성이 만은 일본어 교재이기 때문인지 굉장히 쉽게 읽힌다는 점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최소한 제 경험으로는 전공 원서나 영어로된 소설책 보다 훨씬 수월하게(아주 수~울-술) 읽히네요.
그리고, 우리가 영어 공부할 때 잘 적응 안되던 포인트들... 예를 들어 부가의문문에 대해서 Yes/No 선택이 우리말과 반대였던 것들을 영어 입장에서 똑같이 지적한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영어와 일본어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는 없겠지만, 영어와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일본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생각보다 어렵게 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

...

다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보람도 있고, 무언가 새로 배우는 것에서 오는 약간의 텐션도 느끼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막상 다시 시작해 보니 꽤 할만합니다.
그리 막막하지 않게, 적당히 즐기면서 진도 나갈 수 있습니다!

번역판을 기다리지 않고 만화 '배가본드'와 '심야식당'을 읽을 수 있는 그날을 향해, Go~ Go~
  1. 빅조크 2011.02.22 23:49 신고

    저도 한때 두마리 토끼를 잡는답시고 일본어 공부하면서 일한사전 보지 않고 일영사전(和英辭典) 사서 들여다 본적이 있지요 ㅋㅋㅋ. 결과는 성질만 버렸습니다. 영어가 짧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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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 이후,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줄만한 책들

읽은 시기는 다르지만, 앞으로 저의 인생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되는 책들이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라, 그리고 지금까지 겪어 왔던 일들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생에 대해,
제가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터득한 저의 가치관과 삶의 기준에서 판단할 때,
내가 앞으로 살아갈 삶의 자세나 철학에 대해 하나의 이정표가 될만한 이야기들입니다.


나는 학생이다
왕멍 지음

중국의 골수 공산당원이었던 왕멍. 정치적 파워게임의 희생자가 되어 16년간  고비사막이 있는 위구루 자치구에서 유배 생활. 그리고 다시 중앙 정치권으로 복귀.
이 투박한 시기를 겪으면서도 왕멍은 일관된 자세와 철학을 유지하면서 '학생'으로서의 자기 본분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감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나는 학생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겠지요.
저는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제가 저 자신을 돌아 봤을 때, "나는 학생이었고, 지금도 학생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런 자세로 겸손하지만 의연하고 꾸준하게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배울 수 있고, 자유롭고, 일탈적이면서 도발적이기도하고, 무한한 가능성의 시간 속에서 여유롭게 정진하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연습하는 사람!
이 세상 어떤 호칭이나 자아선언 보다도 명료하고 힘이 있으며 궁극적인 자부심을 줄 수 있는 말, "나는 학생이다" (돌이켜보면... 저는 진정으로 학생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셸터 (Shelter)
로이드 칸 지음

집짓기에 관한 책입니다. 수 많은 집들에 대한 사진과 건축원리, 도면, 집짓기와 관련된 과정과 도구들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집짓기 매뉴얼이 아닙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집의 아늑함과 인류의 집짓기 본능을 말하고자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머리와 손에는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위대한 '집짓기 재능'이 살아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또한 그 재능을 숨긴 채 비싸고 복잡하고 어렵기만한 집에서 진정한 삶을 잃어버리지 말고, 아주 소박하지만 나만의 손길과 정신이 깃든 진정한 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 몸 하나, 그리고 나의 아내와 아이와 함께 안식을 취할 수 있는 조그마한 '피난처(Shelter)' 하나는 거뜬히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남자가 되고 싶습니다.


월든 (Walden)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1840년대에 지은이가 월든(Walden)이라는 호숫가에서 직접 집을 짓고 자급자족의 생활을 하면서 겪은 2년간의 기록이자 삶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진실로 자연과 동화된 인간, 최소한의 소유만으로 영위할 수 있는 편안함과 안식이 있는 삶,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자주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는 삶!
점점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은 것이 필요하고,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고,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더 많은 일을 해야하고, 그리하야 결국은 남부럽지 않은 부와 명예를 획득하는 것만이 인생은 아닙니다.
오히려 최소한의 소유와 물질적인 무장해제를 통해서 우리는 오히려 더욱 풍부한 사색의 시간과 자연에 대한 여유로운 관찰과 이해, 그리고 정신적인 행복과 여유를 누릴 수 있음을 저자는 직접 2년간의 실험과 실천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이 출판된지 16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저자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그릇된 문명에 대한 비판은 오늘의 우리들에게 그리 낯설지가 않습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저자와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고 비슷한 결론과 방향을 제시한 선구자는 많았을겁니다.
지금도 수 많은 지식인과 선각자들이 그와 같은 삶의 가치를 설파하고 있을테구요.
그러나, 진정 저에게 와 닿은 것은 저자의 용기있는 체험과 실천,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확실한 신념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삶에 대해서 좀 더 강인한 용기와 신념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40년간 양육되었던 환경이 아닌, 저 스스로 꾸릴 수 있으며 저 스스로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는 진정한 독립과 자유를 실천하기에는 저 자신에게 용기와 신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말입니다.

한 참 세월이 흐른 후...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다시 월드컵이 열릴 때 쯤에나..
아니면, 그보다 빨리?

내 손으로 지은 자그마한 셸터에서
소박하지만 자유가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
학생의 모습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1. 이현주 2011.02.01 17:12 신고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2. 여강여호 2011.02.01 18:47 신고

    월든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행복한 설 보내십시오

  3. 화초하나 2011.02.01 21:19 신고

    음.. 읽어봐야 겠네요..^^*

  4. 2011.02.01 22:21 신고

    돈없다

  5. florist st laurent 2011.02.02 03:20 신고

    좋은책들 이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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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막걸리 담그기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편입니다. ^^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몇 잔 마시면 잠들어 버리는 체질...
그렇기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많이 마시지는 못하는데... 그 대신 자주 마시는 편이지요.
맥주 1캔 내지는 막걸리 한두잔 정도를 상복(?)하는 스타일이랄까?

저는 맨 처음 술을 배운 것이 막걸리였습니다.
배웠다기보다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어른들 술자리에서 막걸리 한 모금 맛을 보거나
어른들 술상 나가면 부엌에서 몰래 한 모금 꿀꺽!

할아버지께서 술을 많이 좋아하셔서 집에는 늘 술이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께서 막걸리를 아주 잘 담그시거든요.
중학교 때, 엄마가 빚은 막걸리 한 잔 제대로 마셨을 때의 알딸딸함은 지금까지 제가 마셔본 어떤 술보다도 좋았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제대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을 때는 막걸리가 아닌 맥주와 소주를 주로 마셨는데
몇 해 전부터 심심찮게 막걸리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술이라면 입에 대는 시늉만 하는 우리 마눌님도 막걸리는 한 잔 마실 줄 알고...
그렇다보니 퇴근하는 길에 막걸리 한 병 사들고 들어가는 날도 꽤 많았습니다.

까짓거... 예전에 우리 엄마 손에서 빚어지던 그 막걸리 함 담가 볼까?

나 : "엄마, 막걸리 담그기 힘들어?"
엄 : "누룩 만드는게 힘들지... 막걸리는 일도 아니야..."

엄마의 한 마디에 용기백배!
이리저리 인터넷을 뒤져보니 마침 막걸리 만드는 재료를 파는 곳이 있더군요. (www.wine2080.com)
그리하야... 발효통을 비롯해서 재래누국과 효모까지 주문해서 막걸리를 만들었습니다.


일단, 막걸리를 담그려면 밥을 지어야죠? 햅쌀을 사서 깨끗하게 씻어서 고두밥을 지어야합니다.
백번을 씻어야 막걸리를 빚을 수 있다는 것도 옛말...
요즘은 도정을 잘 하고 쌀도 깨끗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백번이나 씻을 일은 없습니다.
그저... 깨끗한 물로 정성껏 바락바락 몇 번 씻으면 끝!

쌀을 4Kg정도 씻었는데... 이 많은 쌀로 밥을 지을만한 밥솥이 없어서 찜통을 걸어 놓고 밥을 쪘습니다.
고슬고슬한 밥이 꽤나 많았는데...


밥이 다 되었으면 어느정도 뜸을 들인 후, 30도 정도로 온도가 내려갈 때까지 좀 식혀야합니다.
중간중간 밥을 좀 뒤집어 주기도 해야 하구요.

밥이 어느 정도 식으면 누룩과 효모를 준비해서 밥과 섞은 후, 발효통에 넣고 생수를 부어줍니다.
(쌀 4Kg 기준으로 재래누룩 400g, 효모 10~15g 정도, 물 6리터)



자... 이제 술이 잘 익을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그러나, 그냥 무턱대고 기다리면 안되고... 약간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우선, 술이 발효되는 동안 20도~30도 정도의 온도가 유지되도록 담요로 잘 덮어줘야죠.
(마침 집에 널려 있는 것이 포항 스틸러스의 무릎담요군요 ^_^)

그리고, 처음 2~3일 정도는 발표통을 열고 아래위로 잘 뒤집어줘야합니다.
처음에는 밥이 물을 먹으면서 상당히 뻑뻑한데, 잘 저어주지 않으면 표면에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는군요.



하루, 이틀, 사흘...
며칠이 지나면 뻑뻑했던 밥이 식혜 비슷하게 되면서 술냄새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뽀글뽀글 탄산가스가 생기고 "폭! 폭!" 하는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술이 익어가지요.
아래 사진... 기포가 보이시나요?

대략, 술 담근 후 7일에서 10일 정도.
이렇게... 술이 맛있게 익을 때까지 군침 꼴깍꼴깍 거리면서 꾸~욱 참아줍니다!
(빨리 맛을 보고 싶은 마음에... 생각처럼 쉽게 참을수는 없습니다. 중간중간 살짝 맛을 봐주는 재미...ㅎㅎ)

대략 열흘쯤 지나면, 드디어 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발효통에서 걸죽한 식혜같은 상태의 술을 떠서 거름망으로 걸러주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뽀오~얀 국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어진 뽀~오얀 국물!
일단, 그대로 한 잔 마셔보니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오는데... 생각보다 쓴 맛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 상태에서는 맛도 강하고 도수도 강하기 때문에 대략 1대1 정도로 물을 섞어서 희석을 해야 합니다.
첫날 내린 술을 마셨을 때는 머리가 좀 아프고 뒷끝이 있었는데, 다음날 마셨을 때는 괜찮더군요.

....... 그런데....
제가 얼마나 무식한 짓을 했는지 아시겠죠?
쌀 4kg에 물 6리터로 막걸리를 빚었고, 여기에 다시 1대1로 물을 부어서 희석을 해야 하니까...
무식하게도 막걸리를 10리터나 담그고 말았습니다! (생수 PET병 5개.... T.T)

어쨌든!
막걸리 거른 원액에 물을 섞어서 다시 맛을 보니 알콜 도수는 대략 비슷하게 나오는데 맛이 좀 맹맹합니다.
그냥 그대로 마시기보다는 단맛을 좀 첨가해야 제맛이 납니다.

설탕을 쓰면 발효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아스파탐이나 자일리톨 같은 비발효성 감미료를 넣어야하는데...
저는 그냥 희석된 상태로 보관해 놓고, 마시기 직전에 설탕을 넣어서 마시고 있습니다.
심심풀이로 설탕대신 꿀이나 시럽을 넣어서 마셔봤는데... 맛이 아주 좋네요. ^^

시중에 판매되는 막걸리에 비해서 투박하고 거칠지만 깨끗한 맛이 나서 좋습니다.
맨 처음 마셨을 때는 발효가 덜 되어서 머리가 좀 아팠는데, 하루 정도 더 묵히니까 머리도 아프지 않습니다.
발효가 덜된 술에는 머리를 띵하게 만들고 숙취를 남기는 성분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발표가 잘 된 막걸리는 전혀 머리가 아프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었으니 재미가 있어서 좋고,
좋은 우리쌀로 내가 직접 빚었으니 자신있게 믿고 마실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

...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이제 거의 다 마시고 1.8리터 PET병 하나 남았네요. ^^
그리고... 그 옆에서 약주(청주)가 함께 익어가고 있습니다. ㅋㅋㅋ ^^

우리 아들 녀석,

"아빠, 동렬당 막걸리야?"

ㅎㅎㅎ 국순당에서 힌트를 얻어서 바로 '동렬당' 막걸리라고 브랜드를 붙여주었습니다!
좀 더 자신있게 담글 수 있게 되면, 동렬당 막걸리로 초대 한 번 하겠슴다!
  1. xfactor 2010.11.12 22:15 신고

    저도 꼭.. ㅋㅋㅋ

  2. walk around 2010.11.14 23:33 신고

    형 요즘 비시즌이라 시간이 좀 되시는군요.. ㅋㅋ 작년 같으면 도쿄에 갔어야하는데.. ㅎ

  3. himystic 2011.01.12 17:44 신고

    이것 참, 요리사의 경지임을 다시 실감케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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